행복해지려면 건축과 도시를 바꿔라 <7> 일본의 공공공간 매력도시 만들기
2022년 02월 23일(수) 03:00 가가
공원·상업몰·스포츠공간 어우러진 ‘도시공원’ 지역 활력소
1966년 개원 도쿄 미야시타공원
‘나이키 재팬’ 협업 경비 확보
민간 활용 도시공원 재생 도입
건축사무소, 설계·운영가지 참여
일률 규제 대신 지역 맞는 제도 필요
1966년 개원 도쿄 미야시타공원
‘나이키 재팬’ 협업 경비 확보
민간 활용 도시공원 재생 도입
건축사무소, 설계·운영가지 참여
일률 규제 대신 지역 맞는 제도 필요
일본은 공공공간을 통한 매력도시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공공공간은 크게 3가지의 의미를 지닌다. 첫째, 누가 소유하고 관리하느냐의 관점에 따른 행정 관할의 개념이다. 공공공간은 행정이 주체가 돼 관리하는 공간으로, 그 안에서 개개인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에 대한 ‘규제’를 기본으로 하는 장소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두 번째, 개인 소유가 아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자유 공간으로서 개념이다. 영어로 직역하면 퍼블릭 스페이스(Public Space)로, 골프에 비유하면 퍼블릭 코스로 설명할 수 있겠다. 골프장 회원만이 아닌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골프 코스를 의미하듯 원하는 사람이라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공간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행정 공간(Government Place)으로서 행정 관할의 개념이 강했고 쉽게 활용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기능을 지지하는 도시기반(Infrastructure)으로서의 개념이다. 공공공간은 1960년대 이후 도시의 고도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양적’ 팽창을 해 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질적’ 향상을 통해 매력 있는 도시를 만들 것인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각종 도시개발 사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개공지를 비롯해 사적공간의 공적공간으로서의 역할 또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행정의 재정난 속에서 어떻게 민간의 협력을 얻어 행정의 관리공간인 공공공간을 잘 관리하고 활성화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중이다. 이번 글은 관민이 협력해 어떻게 매력적인 공공공간을 창출해 내는 지에 대해 도시공원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최근 일본 사례 중 눈에 띄는 건 대규모 물리적 정비를 진행한 도쿄 시부야구 미야시타 공원이다. 하라주쿠 역에서 시부야역으로 가는 JR야마노테선 철도선로에 면한 폭 35m 최장 길이 330m의 미야시타 공원은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7월에 리뉴얼 오픈했다. 1966년에 개원한 미야시타 공원은 2006년 재정비 작업을 통해 노후화된 주차장 복합시설 상부에 2개의 풋살 코트를 만든 적이 있다. 이번에는 일본의 입체도시공원제도를 활용, 대대적으로 재건축·리뉴얼을 실시했다. 2004년 제정된 입체도시공원제도는 도시공원 구역을 입체적으로 지정해 도시공원과 다른 시설을 일체적으로 정비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다.
시부야구는 2014년 관민연계(PPP)사업자 공모를 통해 사업자로 미츠이부동산을 선정했고 닛켄설계와 타케나카 공무점이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에 참여해 사업을 진행했다. 입체공원으로서 최상부에 공원과 함께 상업몰의 복합화를 시도했는데, 외부 오픈형 몰을 형성하고 사람이 걷기 쉬운 길이인 50m 간격으로 수직 동선을 만들어 최고층에 위치한 공원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공원에는 잔디광장 뿐만 아니라 스케이트 보드장, 비치발리볼, 볼더링 등을 조성해 도심 공간 속에서 각종 어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시부야구의 도시공원은 어떻게 대규모 상업 몰과 함께 다양한 공간구성이 가능했을까. 시부야구는 미야시타 공원의 명명권(Naming Rights)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재팬’에 매각하는 형태로 10년간 약 1700만 엔에 계약, 각종 어반 스포츠 시설의 설치와 공원의 베리어프리, 녹화 등의 정비를 위탁했고 유지관리를 포함한 시설정비에 드는 비용 수십억엔을 나이키 재팬이 전액 시부야구에 기부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했다. 실제로 미야시타 공원은 10년간 미야시타 나이키 파크로 명명권을 바꿀 예정이었으나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공원명은 그대로 하되, 공원에서 실시되는 각종 스포츠관련 이벤트에서는 ‘나이키’라는 명칭을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의 대도심부에서는 도시공원 등의 도시계획시설에 있어서도 민간 참여와 관리운영 위탁 등이 유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민간의 기부채납 형식 또한 단순히 공개공지, 시설 등 면적으로 체납하는 것이 아닌, 10년간의 공원 명명권 등 그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민간 참여가 단순히 민간개발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닌, 지역의 과제를 얼마나 배려해 도시 공간을 창출했는가에 대한 검토에 기반 한 관민연계 사업이라는 점이다. 지역 과제는 이용자들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쉴 수 있는 질 높은 공공 공간의 마련, 어반 스포츠 등 도심 속 다양한 스포츠 체험이 가능한 공간의 제공, 지역 전체의 보행 동선의 확보 등을 들 수 있다.
일본은 2017년 도시공원법을 개정, 민간 활력을 활용한 도시공원의 재생수법으로서 ‘Park-PFI제도(공모설치관리제도)’를 만들었다. 1960년대부터 도시공원 정비가 시작된 일본의 경우 약 50년이 지난 현재 사람들은 노후화된 공공공간을 찾지 않고, 행정의 정비 및 유지 관리비용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런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민간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시설정비와 관리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 ‘Park-PFI제도’의 취지다. 공원 내 민간시설의 설치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계약기간도 장기화해 민간의 투자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개발하고 바로 지역에서 떠나는 ‘먹튀’가 아닌, 민간이 장기적으로 그 공원의 관리운영 즉, 매니지먼트에 관여하면서 지역재생을 주체적으로 실시하고, 이에 따른 이익금은 환수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가 시행된 지 약 5년이 지난 현재, 전국적으로 50여 곳의 공원이 이 제도를 활용한 재정비를 실시하고 있으며 작년까지 약 30여 곳의 공원이 문을 열었다.
운영주체 또한 지역 특성에 따라 다양하다. 작은 규모의 시부야구 키타야 공원은 일본 최대 종합설계사무소인 닛켄설계가 리뉴얼 설계뿐만 아니라, 직접 공원 관리운영에 주체로 참여해 파크 매니지먼트를 실시해 나가고 있다. 즉, 건축 및 도시 설계사무소가 단순히 설계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주체자로서의 역할도 중시되고 있는 현재 일본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역할 주체로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직원 2~3명이 근무하는 지역의 작은 마치즈쿠리 회사가 소규모 공원를 맡아 창고로 쓰였던 공간을 리뉴얼, 카페로 재생하고 지역 주민들과 공원을 관리하는 조직을 만들어 자치적으로 공원 관리와 함께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지역 전체의 재생을 위해 힘쓰고 있는 와카야마시 혼마치 공원 사례도 있다.
또 부동산 개발회사가 대규모 주거단지 내의 공원에 자리한 기존 건물의 리뉴얼(카페 및 소규모 도서관의 정비)과 관리운영을 맡는 경우다. 실질적으로 공원관리 및 경영을 통한 이익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향후 주거단지의 리모델링 및 재건축 사업주체로서의 참여하기 위한 하나의 프로세스로 인식하고, 행정과 협업을 실시하고 있는 사카이시 오하수공원이 대표적이다.
그밖에 기업의 네임 벨류(Social Reputation)를 높이기 위한 퍼블릭 마인드에 근거해 대기업이 공원 운영주체로 참여해 공원을 관리·운영하는 토야마시 쿠라가이케 공원 등 그 지역의 특성과 과제에 따라 다양한 민간주체들의 참여방식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의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공공공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멀리 여행을 떠나기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작은 공원을 찾아 휴식을 취하거나, 밀폐된 공간보다는 외부공간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이 일상화됐고, 재택근무 등 거주공간과 일하는 공간은 일체화돼고 있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대응해 공공공간 또한 때로는 식사가 가능한 리빙룸과 같은 공간, 때로는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와 이노베이션을 창출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서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앞으로는 공공공간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해 유연하게 변화·활용 가능하도록 도시정책이 마련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일률적인 규제방식’에 의한 공공공간의 관리가 아닌 지역의 특성에 따라 변화되는 ‘동적인 제어방식’ 으로의 인식전환이 요구되는 한편, 사람들과 어울리고 교류를 즐기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공공공간 만들기에 대한 시도가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송준환
일본 야마구치 국립대학 부교수
일본건축학회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
도쿄대학교 공학박사
![]() ![]() |
공원과 상업시설, 어반 스포츠 시설이 어우러진 도쿄 시부야구 미야시타 파크 전경. |
시부야구는 2014년 관민연계(PPP)사업자 공모를 통해 사업자로 미츠이부동산을 선정했고 닛켄설계와 타케나카 공무점이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에 참여해 사업을 진행했다. 입체공원으로서 최상부에 공원과 함께 상업몰의 복합화를 시도했는데, 외부 오픈형 몰을 형성하고 사람이 걷기 쉬운 길이인 50m 간격으로 수직 동선을 만들어 최고층에 위치한 공원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공원에는 잔디광장 뿐만 아니라 스케이트 보드장, 비치발리볼, 볼더링 등을 조성해 도심 공간 속에서 각종 어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시부야구의 도시공원은 어떻게 대규모 상업 몰과 함께 다양한 공간구성이 가능했을까. 시부야구는 미야시타 공원의 명명권(Naming Rights)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재팬’에 매각하는 형태로 10년간 약 1700만 엔에 계약, 각종 어반 스포츠 시설의 설치와 공원의 베리어프리, 녹화 등의 정비를 위탁했고 유지관리를 포함한 시설정비에 드는 비용 수십억엔을 나이키 재팬이 전액 시부야구에 기부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했다. 실제로 미야시타 공원은 10년간 미야시타 나이키 파크로 명명권을 바꿀 예정이었으나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공원명은 그대로 하되, 공원에서 실시되는 각종 스포츠관련 이벤트에서는 ‘나이키’라는 명칭을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의 대도심부에서는 도시공원 등의 도시계획시설에 있어서도 민간 참여와 관리운영 위탁 등이 유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민간의 기부채납 형식 또한 단순히 공개공지, 시설 등 면적으로 체납하는 것이 아닌, 10년간의 공원 명명권 등 그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민간 참여가 단순히 민간개발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닌, 지역의 과제를 얼마나 배려해 도시 공간을 창출했는가에 대한 검토에 기반 한 관민연계 사업이라는 점이다. 지역 과제는 이용자들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쉴 수 있는 질 높은 공공 공간의 마련, 어반 스포츠 등 도심 속 다양한 스포츠 체험이 가능한 공간의 제공, 지역 전체의 보행 동선의 확보 등을 들 수 있다.
![]() ![]() |
부동산 디벨로퍼 난카이 부동산이 대규모 주거단지 내 공원에 있는 기존 건물의 리뉴얼(카페 및 소규모 도서관의 정비)과 관리운영을 맡은 사카이시 오하수공원. |
제도가 시행된 지 약 5년이 지난 현재, 전국적으로 50여 곳의 공원이 이 제도를 활용한 재정비를 실시하고 있으며 작년까지 약 30여 곳의 공원이 문을 열었다.
운영주체 또한 지역 특성에 따라 다양하다. 작은 규모의 시부야구 키타야 공원은 일본 최대 종합설계사무소인 닛켄설계가 리뉴얼 설계뿐만 아니라, 직접 공원 관리운영에 주체로 참여해 파크 매니지먼트를 실시해 나가고 있다. 즉, 건축 및 도시 설계사무소가 단순히 설계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주체자로서의 역할도 중시되고 있는 현재 일본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역할 주체로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 |
기업의 네임밸류를 높이기 위해 퍼블릭 마인드에 근거해 대기업(다이와 리스)이 공원 매니지먼트를 실시하는 토요타시 쿠라가이케 공원. |
또 부동산 개발회사가 대규모 주거단지 내의 공원에 자리한 기존 건물의 리뉴얼(카페 및 소규모 도서관의 정비)과 관리운영을 맡는 경우다. 실질적으로 공원관리 및 경영을 통한 이익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향후 주거단지의 리모델링 및 재건축 사업주체로서의 참여하기 위한 하나의 프로세스로 인식하고, 행정과 협업을 실시하고 있는 사카이시 오하수공원이 대표적이다.
그밖에 기업의 네임 벨류(Social Reputation)를 높이기 위한 퍼블릭 마인드에 근거해 대기업이 공원 운영주체로 참여해 공원을 관리·운영하는 토야마시 쿠라가이케 공원 등 그 지역의 특성과 과제에 따라 다양한 민간주체들의 참여방식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의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공공공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멀리 여행을 떠나기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작은 공원을 찾아 휴식을 취하거나, 밀폐된 공간보다는 외부공간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이 일상화됐고, 재택근무 등 거주공간과 일하는 공간은 일체화돼고 있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대응해 공공공간 또한 때로는 식사가 가능한 리빙룸과 같은 공간, 때로는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와 이노베이션을 창출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서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앞으로는 공공공간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해 유연하게 변화·활용 가능하도록 도시정책이 마련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일률적인 규제방식’에 의한 공공공간의 관리가 아닌 지역의 특성에 따라 변화되는 ‘동적인 제어방식’ 으로의 인식전환이 요구되는 한편, 사람들과 어울리고 교류를 즐기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공공공간 만들기에 대한 시도가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 ![]() |
송준환
일본 야마구치 국립대학 부교수
일본건축학회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
도쿄대학교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