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2022년 02월 18일(금) 01:00 가가
대통령제 도입의 역사가 비교적 짧은 우리나라의 경우 역대 영부인들에 대한 비교 평가는 별로 이뤄지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233년 전 가장 먼저 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에서는 영부인에 대한 평가를 대통령에 대한 평가만큼이나 중요시해 왔다. 그동안 수많은 영부인이 있었지만 미국인들에게 이들 중 최고와 최악을 고르라고 하면 십중팔구 동일한 답변이 돌아온다고 한다.
최고의 영부인은 ‘불행을 기회로 만드는 행복의 연금술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 ‘엘레노어 루스벨트’. 최악의 영부인은 ‘쇼핑광’으로 불렸던 16대 에이브러햄 링컨의 부인 ‘메리 토드 링컨’이다.
엘레노어 루스벨트는 소아마비로 휠체어 생활을 하는 남편 대신 전국을 누비며 여론을 청취하는 등 국민의 신망을 받아 루스벨트를 미국 유일의 4선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영부인 역할을 넘어 세계인권선언 작성을 주도할 정도로 인권·사회운동가로서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소수 인종 권리 투쟁에 직접 참여했으며 남편 사후에는 여성 최초로 유엔 인권위원장에 올랐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퍼스트레이디로 통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자신의 비서와 불륜을 저질렀을 때도 그녀는 현명한 대처로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는 등 완벽한 내조를 보였다.
최악의 영부인으로 꼽히는 매리 토드 링컨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아내이다. 메리는 과소비로 유명했는데 단순히 돈을 흥청망청 쓰는 정도를 지나 국민의 상식과 어긋나는 태도로 쇼핑 중독증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남북전쟁 중에도 한 달 동안 84켤레의 장갑을 구매했으며 백화점에서 외상으로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특히 암살당한 링컨의 장례식이 열릴 때조차 메리는 최고급 상복을 주문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선거는 지금 후보보다 배우자에 대한 관심(?)이 큰 이상한 선거가 되고 있다. 앞으로 영부인이 될지도 모르는 이들의 각종 의혹과 리스크가 연일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후보 배우자에 대한 평가가 승부를 가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엘레노어 루스벨트는 소아마비로 휠체어 생활을 하는 남편 대신 전국을 누비며 여론을 청취하는 등 국민의 신망을 받아 루스벨트를 미국 유일의 4선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영부인 역할을 넘어 세계인권선언 작성을 주도할 정도로 인권·사회운동가로서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소수 인종 권리 투쟁에 직접 참여했으며 남편 사후에는 여성 최초로 유엔 인권위원장에 올랐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퍼스트레이디로 통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자신의 비서와 불륜을 저질렀을 때도 그녀는 현명한 대처로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는 등 완벽한 내조를 보였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