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과 능력
2022년 02월 17일(목) 06:00 가가
칭기즈칸은 57세였던 1219년, 원정에 앞서 가족과 권신들을 모은 뒤 후계자를 논의했다. 그에게는 네 명의 아들이 있었다. 제국의 미래가 달린 중대사였기에 칸은 신중하게 모든 아들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호전적이었던 첫째와 둘째는 이 자리에서도 서로 다퉜지만, 아버지 생각이 온화한 셋째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자리를 양보했다. 결국 장자 상속이 아니라 능력 있는 자에게 미션을 준 셈이다.
당 태종은 형제들을 죽이고 제위에 오른 지 10년 만에 창업(創業)과 수성(守成) 가운데 무엇이 더 어려운지 신하들에게 물었다. 방현령은 “무질서의 세계에서 군웅들과 싸워 이겨야 하므로 창업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위징은 “태평성대에는 나라를 망치는 일이 많으므로 수성이 더 어렵다”고 반박했다.
당 태종은 “창업의 어려움은 이미 지나갔다. 수성의 어려움은 앞으로 그대들과 함께 신중히 해 나갈 것이다”라며 논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수성의 미션이 더 어렵다는 것은 이후 역사에서 증명됐다.
20대 대선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기득권을 쥔 양당이 사활을 걸고 상대방의 잘못과 약점을 찾아 공격하고 있다. 향후 국가를 이끌어 갈 비전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심경은 착잡하기만 하다. 더욱이 각종 공약은 국가 재정이나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각 지역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무분별하게 수용, 누가 집권하든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당은 또한 청년층을 받아들여 전면에 내세우고 각종 이벤트를 열어 변신을 꾀했지만, 사실 바뀐 것은 별로 없는 듯하다. 한쪽은 민주화 세력 또 다른 한쪽은 근대화 세력으로, 그동안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양쪽 모두 오랜 시간 그 자리에 머무르며 기득권을 갖게 됐다. 미션도 없고 능력도 없이 그저 깃발만 휘날리거나 과거 성과에 기대는 가운데,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또 새로운 자리를 얻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는 제발 능력을 가진 이들이 뽑혀서 우리 모두가 바라는 미션을 수행해 주었으면 한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당 태종은 “창업의 어려움은 이미 지나갔다. 수성의 어려움은 앞으로 그대들과 함께 신중히 해 나갈 것이다”라며 논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수성의 미션이 더 어렵다는 것은 이후 역사에서 증명됐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