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와 강행복
2022년 02월 10일(목) 04:00 가가
한때 매년 새해가 되면, 목판화 작가 이철수의 작품으로 이뤄진 달력을 구입했었다. 소박한 그림과 간결한 글로 구성된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곤 했다.
지금 광주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문인가 하였더니, 다시 길’전(오는 28일까지)에서 이 작가를 만났다. 그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작품과 사람이 똑같다는 것이었다. 충북 제천에서 농사짓고 판화 작업을 하는 그는 ‘멋지게 늙으신 호박옹’에 혹은 ‘벌레 먹은 머루나무’에 눈길을 주는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평생 누군가를 앉혔을 의자에, 젊은 사람 모두 떠난 시골 어느 집의 낡은 문짝에도 마음을 주는 그였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그 ‘마음’을 담으려는 듯 찬찬히 작품을 들여다보거나 사진을 찍곤 했다.
또 다른 소박한 목판화 작가 한 분이 있다. 엊그제 향년 70세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강행복 작가다. 그를 생각할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선한 미소’다. 전시회나 찻집에서 마주칠 때, 그는 언제나 사람 좋은 웃음을 건넸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안부를 묻거나 작품을 설명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언젠가 글을 쓰기 위해 오래된 선술집 ‘영흥식당’을 찾았을 때, 좋은 이들과 술잔을 나누던 그의 모습도 떠오른다.
신문의 부고 기사를 봤다며 전화를 걸어 온 최영훈 화백은 ‘지역 작가들 중 가장 선한 사람이 강행복’이라며 그의 떠남을 아쉬워했다. 경기도 김포 출신으로 홍익대를 졸업한 강 작가는 1987년 광주로 내려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특히 전국의 사찰을 찾아다니며 탑·연꽃·불상 등을 목판에 새기는 작업을 해 왔다. 최근에는 설치와 비구상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실험을 이어 갔다. 지난해부터 신병 치료를 위해 서울과 광주를 오가면서도 작업을 계속한 그는 며칠 전만 해도 서울 전시에 참여했다.
‘선’(禪)적 느낌이 강한 그의 작품들은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 준다. 비록 그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그의 작품만은 영원히 우리 곁에 살아남아 그를 대신할 터이다. 인고의 세월 속에서 탄생했을 그의 작품을 통해 그를 추억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마련됐으면 좋겠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지금 광주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문인가 하였더니, 다시 길’전(오는 28일까지)에서 이 작가를 만났다. 그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작품과 사람이 똑같다는 것이었다. 충북 제천에서 농사짓고 판화 작업을 하는 그는 ‘멋지게 늙으신 호박옹’에 혹은 ‘벌레 먹은 머루나무’에 눈길을 주는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평생 누군가를 앉혔을 의자에, 젊은 사람 모두 떠난 시골 어느 집의 낡은 문짝에도 마음을 주는 그였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그 ‘마음’을 담으려는 듯 찬찬히 작품을 들여다보거나 사진을 찍곤 했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