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최후
2021년 11월 26일(금) 03:00
세계사를 훑어보면 독재자의 최후에는 공통점이 있다. 총살이나 암살을 당하거나 자살이 아니면 망명 후 사망하는 등 처참한, 최소한 쓸쓸한 최후를 맞는다는 점이다. 더불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어도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는 무치(無恥)의 정신 소유자라는 점이다.

독재자의 사전적 정의는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사람’, ‘절대 권력을 가지고 독재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독재자는 생전에 인권 탄압은 물론 학살을 저지르거나, 민주화 세력을 제거하는 데 권력을 휘두른 탓에 반드시 민중이나 정적에 의해 제거되는 것이 역사의 법칙이다.

인류 최악의 독재자였던 독일의 히틀러는 1945년 4월30일, 전쟁 패배의 상황을 돌이킬 수 없음을 알고 지하 벙커에서 자신의 부인과 함께 자살한다. ‘인간 백정’이라 불렸던 소련의 스탈린은 자신의 별장에서 측근들과 연회를 가진 뒤 잠들었는데, 다음 날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의 나이 72세, 공식적인 사인은 뇌일혈이지만 이후 독살설 등이 제기되면서 아직도 그의 사인은 의문에 휩싸여 있다.

24년간 루마니아를 끔찍한 독재로 통치했던 차우셰스쿠는 아내와 함께 총살당했다. 그 장면은 고스란히 녹화되어 전 세계에 퍼졌다. 차우셰스쿠는 성난 군중을 피해 북한 등으로 해외 도피를 시도하다가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마지막 총살당하는 순간까지 “너희는 반역자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 부부에게 총을 쏘려는 지원자가 너무 많아 몇 명만을 추려야 했으며, 부부의 몸에 박힌 총알은 모두 120발이나 됐다.

리비아의 카다피도 차우셰스쿠와 마찬가지로 시민 손에 최후를 맞았다. 필리핀의 마르코스는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나 하와이로 망명한 후, 호놀룰루에서 심장병으로 숨졌다.

5·18 학살 책임자이자 군부 독재자였던 전두환 씨는 여타의 독재자들과 달랐다.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사면돼 일상으로 돌아갔으며, 국민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망명하지 않은 채 90세까지 살았으니 그 어느 독재자보다 장수했다. 다만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다른 독재자들과 궤를 같이한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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