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전쟁
2021년 11월 19일(금) 02:00
편집을 하면서 정치 관련 기사를 접하다 보면, 쉽게 납득되지 않아 궁금증을 갖게 하는 게 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할까? 왜 복지 정책을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할까?

문제는 ‘프레임’에 있다. 프레임(frame)이란 ‘틀’이나 ‘뼈대’란 뜻인데, 창문이나 액자처럼 특정 부분만 볼 수 있도록 제한한다. 결국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프레임을 통해 현상을 바라본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이다. 정치인들은 이를 이용한다. 유권자들의 머릿속에 어떤 프레임을 걸어야 표를 얻을지 궁리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인 조지 레이코프(인지언어학자, 캘리포니아대학) 교수가 이런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세요’ 라는 말을 던진 뒤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떠올릴수록 오히려 코끼리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레이코프는 학생들이 ‘프레임의 덫’에 갇혔다고 표현한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프레임에 갇히는 경우도 있다.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퇴 압박을 받던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기꾼’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를 사기꾼으로 인식했다. 지난 대선 토론에서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안철수가 몇 번 외치는 순간, 그에게 ‘이명박(MB)의 아바타’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도 마찬가지다.

선거는 ‘프레임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진보와 보수는 다양한 사안에서 프레임으로 대립했다. ‘민주 대 독재’ ‘평화 대 냉전’ ‘서민 대 부자’ ‘유능 대 무능’ ‘친일 대 종북’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프레임은 특히 시대정신과 어우러지며 대중의 욕망과 부합할 때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다. ‘위드 코로나 시대’ 2022년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민주당 이재명은 ‘능력’을, 국민의힘 윤석열은 ‘공정’을 내세우며 프레임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잊지 말자. 프레임은 후보의 가면일 뿐, 진짜 얼굴은 정책에 있다는 것을.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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