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2021년 11월 18일(목) 03:00
‘바람이 머무는 날엔/ 엄마 목소리 귀에 울려/ 헤어져 있어도 시간이 흘러도/ 어제처럼 한결같이// 어둠이 깊어질 때면/ 엄마 얼굴 그려 보네/ 거울 앞에 서서 미소 지으면/ 바라보는 모습/ 어쩜 이리 닮았는지// 함께 부르던 노래 축복되고/ 같이 걸었던 그 길/ 선물 같은 추억 되었네/ 바람 속에 들리는/ 그대 웃음소리 그리워’

‘바람이 머무는 날’이라는 제목의 노래다. 가끔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내 마음은 거의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만다. 누구에게나 아련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엄마’라는 단어가 그렇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이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누군가의 모습도 문득 떠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이 노래를,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르는 이는 소프라노 조수미다. 그는 지난 2019년 발매한 음반 ‘마더’의 수록곡인 이 노래를, 당시 치매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던 엄마를 생각하며 불렀다 한다.

조수미의 파리 리사이틀(2006년) 영상도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독창회를 앞두고 아버지의 부고를 들은 조수미는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연을 마치고 오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 무대에 오른다. 본 공연이 끝나고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 후 그가 부른 곡은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였다. 천상의 아버지에게 닿았을 그날의 ‘아베 마리아’는 그 어떤 노래보다 심금을 울린다.

올해로 국제무대 데뷔 35주년을 맞은 그는 세계 최고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나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속 ‘인형의 노래’를 마치 진짜 인형처럼 부르는 장면은 명불허전이다. 세상을 향한 시선도 놓치지 않는 그는 유네스코 평화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조수미가 최근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아시아인들이 세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알리기 위해 창립된(2004년) ‘아시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여기에는 이미 배우 이소룡, 피겨스케이트 선수 크리스티 야마구치, 언론인 코니 정 등이 헌액된 바 있다. 조수미의 노래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물며 힘든 세상을 건너가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넬 것이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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