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노태우 국가장 웬 말이냐…광주·전남 거센 반발
2021년 10월 28일(목) 19:30
광주·전남 관공서 조기게양 안해
시민단체·교직원노조, 반발 성명
전국농민단회총연맹, 철회 촉구

1996년 8월 5일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정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결정한 데 대한 반발이 광주·전남에서 가시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사망 사흘째에 접어든 28일에도 국가장 철회를 촉구하는 농민단체 성명이 나왔고 시청과 도청에 이어 광주 5개 자치구, 전남 22개 시군, 각급 학교 역시 국가장에 따른 조기 게양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그가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 반란과 5·17 내란(5·18 유혈진압)의 책임자로 지목된 데다, 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노 전 대통령 역시 생전 광주를 향해 진심어린 사죄를 빌지 않은 데 대한 지역민 정서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퇴임 이후인 1995년엔 경북고 모임에서 노 전 대통령이 “(중국) 문화혁명 때 수천만명이 희생당하고 엄청난 걸로 말하자면 우리 광주사태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망언까지 했던 인물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이 결정되면서 이날부터 조기를 게양해야 하지만, 태극기를 평소처럼 게양한 상태다. 국가장 기간에는 국가장법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국기를 조기로 게양해야 한다. 그러나 광주시와 전남도는 고인에 대한 예우와 별개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 희생에 대한 책임, 미완의 진실에 유감 등을 표하기 위해 조기를 게양하지 않기로 했다. 광주 5개 자치구, 전남 시군 등 기초단체도 조기를 게양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시도 교육청, 각급 학교 역시 선뜻 조기를 게양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조기 게양 거부에 대해 광주시 외에는 공식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광주·전남지역 관공서, 학교 등은 대체로 “5·18과 관련해선 국법도 중하지만, 지역민 정서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전두환과 함께 12·12 군사반란으로 군권을 장악한 뒤 광주를 유혈 진압하고서 잇따라 정권을 잡은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애도한다는 게 가당 키냐 하느냐는 지역주민 정서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관공서가 소극적 애도 거부 모양새라면 시민사회, 일부 정치인의 국가장 반발은 폭발 직전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태우 국가장 결정 철회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단체는 “그의 육체적 생명은 끝났지만 역사적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 광주는 학살자 그를 잊지 않는다”며 “그를 국가장으로 보낸다는 정부 발표는 아직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두 번 죽이는 결정”이라고 정부 결정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전두환을 5·18 학살과 분리한 윤석열과 정부의 국가장 결정이 무엇이 다른가”라고 윤 전 총장과 정부 결정을 싸잡아 비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는 지난 27일 성명에서 “노태우는 살아있는 동안 광주 학살에 대한 어떤 직접적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상황이 이러한데 그 수괴의 죽음을 국가장으로 예우한다는 것은 민주시민 교육을 함께 만들어가는 교사, 학생, 학부모들에게 큰 자괴감을 안겨준다”고 국가장 철회를 요구했다.

단체는 “광주의 교사들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으로 나온다는 헌법적 가치와 5.18민주화운동을 통해 쿠데타 세력에 맞서 헌정 수호를 위해 노력하였던 광주시민의 역사를 가르쳐왔다”며 “학생들이 쿠데타와 내란, 광주학살의 주범이 국가장으로 예우받는 상황에 대해 질문할 때 이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송갑석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을 비롯해 7명의 광주지역 민주당 의원들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노태우의 국가장 예우 반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 개인의 죽음 앞에는 애도를 보낸다”면서도 “5·18민주화운동을 총칼로 무참히 학살했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장의 예우는 납득할 수 없다”고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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