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륜형 장갑차
2021년 04월 09일(금) 06:00 가가
국정원이 지난 5일 빛바랜 5·18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그중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일반 자동차처럼 타이어를 사용하는 ‘차륜형 장갑차’다. 이는 무한궤도를 장착한 ‘궤도형’보다 도시 지형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
사진을 보면 차도 한가운데 장갑차를 중심으로 공수부대원들이 포진해 있는데, 인도에는 10여 명의 시민들이 군인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1980년 5월 18일 공수부대가 ‘살인 진압’에 나서기 직전의 상황인 듯하다.
‘5월 광주’에 차륜형 장갑차가 몇 대나 투입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장갑차가 지나간 곳곳에서 비극적 상황이 발생했다. 항쟁 이틀째인 19일 오후 4시 50분께. 계림동 광주고등학교 앞에서 장갑차의 한쪽 바퀴가 보도블록 위로 올라서면서 시동이 꺼지자 이내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이때 장갑차의 뚜껑이 열리고 총구가 나오더니 총성이 울렸다. 계엄군의 첫 발포였다. 놀란 시민들이 순식간에 흩어지는 가운데 고교생 한 명이 쓰러졌다. M16 총탄에 맞은 이 학생(당시 조대부고 3학년)은 이후 다섯 번의 큰 수술을 받고 나서야 겨우 목숨을 건졌다.
총을 맞은 학생은 살아났지만 총을 쏜 군인(11공수여단 63대대 작전장교)은 5일 뒤 같은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처참하게 숨졌다. 그가 소속된 11여단(21일 도청 앞 집단 발포 때 선봉에 서기도 했다)은 24일 주남마을에서 광주비행장으로 이동 중, 송암공단 근처 야산에 매복해 있던 보병학교 교도대와 전투를 벌였다. 서로 적으로 오인해서 벌어진 이 전투에서 장갑차가 파괴되고 며칠 전 학생에게 총을 쏜 이 장교도 결국 숨지고 만 것이다.
국정원의 이번 차륜형 장갑차 사진 공개로 “80년 5월 광주에서 ‘궤도형 장갑차’만 운용했다”는 계엄군의 주장은 거짓임이 밝혀졌다. 계엄군은 특히 장갑차가 시민군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를 빌미로 코브라헬기를 출동시켜 광주 상공에서 벌컨포 사격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41년 만에야 겨우 5·18 진실의 퍼즐 한 조각을 찾아냈다. 이는 비록 사진 한 장일 뿐이지만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사진을 보면 차도 한가운데 장갑차를 중심으로 공수부대원들이 포진해 있는데, 인도에는 10여 명의 시민들이 군인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1980년 5월 18일 공수부대가 ‘살인 진압’에 나서기 직전의 상황인 듯하다.
우리는 41년 만에야 겨우 5·18 진실의 퍼즐 한 조각을 찾아냈다. 이는 비록 사진 한 장일 뿐이지만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