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적폐’의 또 다른 뿌리
2021년 04월 07일(수) 06:00 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거 안정에 힘써야 할 공기업 직원들이 비공개 공공 개발 정보를 이용해 불로소득을 노렸기 때문이다. 투기 의혹은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의 조사 대상에 오른 사람만 국회의원·자치단체장·지방의원·공무원 등 63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직자들의 투기 의혹은 가뜩이나 부동산값 폭등으로 시름겨운 서민들에게 배신감을 안겼다. 반칙 없는 공정사회를 약속했던 ‘촛불 정부’에서 발생한 비위라는 점에서 허탈감이 더욱 컸다. 분노한 청년들은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신도시 개발로 수도권 집중 가속화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공개 사과하면서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 불공정의 뿌리인 ‘부동산 적폐’로 규정했다. 아울러 남은 임기 동안 개발과 성장의 그늘에서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의 사슬을 끊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정치권도 성난 민심을 의식한 탓인지 특검과 국정조사, 국회의원 전수조사까지 합의한 데 이어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처벌 강화와 부당 이익 환수를 위한 법안들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부동산 투기가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는 시장과 동떨어진 역대 정부의 일관성 없는 땜질식 정책, 토건(土建)에 의존하는 경기 부양 등이 꼽힌다. 현 정부만 해도 25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 냈지만 집값 폭등은 계속되고 있다.
한데 지방의 시각에서 볼 때 빼놓을 수 없는 집값 상승의 요인이 바로 수도권 신도시 건설이다. 이는 그동안 신도시 개발과 투기 단속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금세 확인된다. 수도권에 신도시가 처음 추진된 것은 1989년 노태우 정부 때다. 분당·일산 등 다섯 곳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전국에서 투기 자금이 몰려들며 부동산값이 폭등했다. 이에 정부는 대대적인 수사 끝에 1만 3000명의 투기 사범을 적발하고 공직자 131명을 포함해 987명을 구속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김포·판교 등 12곳에 추진한 2기 신도시 조성 때도 투기는 되풀이됐다. 정부는 또다시 특별 단속을 벌여 9700여 명을 적발하고 300명을 구속했다. 이번 LH 사태에서도 투기가 의심되는 토지 거래는 3기 신도시에 집중되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는 애초 경제·사회적 기능이 과도하게 집중된 서울에 인구가 몰려 포화 상태가 되자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즉 주택 공급을 확대해 서울의 수요를 분산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양 정반대였다. 신도시 조성 때마다 투기 열풍과 땅값·집값 상승을 불러오고, 서울 인구 분산은커녕 지방 인구 유입을 부추겨 수도권 집중을 더욱 심화시킨 것이다. 한편으로 투기 세력들은 수도권 규제가 강화되면 지방을 돌며 ‘치고 빠지기’식으로 차익을 챙기는 등 지방 부동산시장마저 교란시켜 왔다. 부동산 적폐의 주범이 아닐 수 없다.
수도권 집중의 대표적인 지표는 인구다. 국가통계포털의 주민등록 인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인구는 260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0.3%를 차지하며 비수도권에 비해 30만 명이나 많았다. 수도권에 지방 인구가 몰리는 이유는 정부 부처, 공공기관, 금융기관, 주요 대학, 100대 기업 본사 등 주요 인프라와 일자리·교육 기반이 집중된 탓이다. 한데 수도권의 면적은 국토의 11.8%에 불과하다. 전체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땅에 인구의 과반이 몰려 사는 셈이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반면 지방은 인구가 빠르게 줄면서 갈수록 피폐해져 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호남권만 해도 1970년 전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4%에 달했지만 현재는 9.8%로 급감했다. 젊은이들이 교육과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지방대학은 입학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남은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됐고, 도내 22개 시군 중에서도 18곳이 30년 내 소멸 위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러다간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괴담이 대학뿐만이 아니라 지방 전체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멸위험지역 살려 분산 꾀해야
올해는 지방자치가 되살아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6월 항쟁을 통해 지방자치가 부활 된 이후 벌써 한 세대가 지났건만, 여러 지표에서 보듯 지방분권은커녕 중앙집권이 되레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정치권력과 자본 및 관료 체제 등이 기득권을 형성하며 중앙집권 체제를 강고하게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을 약속했지만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외려 3기 신도시 건설과 수도권 광역교통망 구축 등에 적극 나서면서 중앙집권은 더 강화되고 수도권 쏠림도 심화돼 ‘수도권 정권’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총선 때 공언한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도 감감무소식이다.
헌법 제123조 2항은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 정부가 남은 1년 동안 부동산 부패 청산과 집값 안정의 토대라도 마련하려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멸 위험에 처한 지방을 살리는 재정·세제·규제 분야의 국가 지원 대책을 담은 특별법부터 제정해야 할 것이다. 지역민들도 차기 대선에 나올 후보자들을 지금부터 눈여겨 살펴 보아야 한다. 말로만 지방분권이 아니라 국가 균형 발전을 실질적으로 이뤄 낼 지도자를 뽑을 수 있도록.
신도시 개발로 수도권 집중 가속화
한데 지방의 시각에서 볼 때 빼놓을 수 없는 집값 상승의 요인이 바로 수도권 신도시 건설이다. 이는 그동안 신도시 개발과 투기 단속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금세 확인된다. 수도권에 신도시가 처음 추진된 것은 1989년 노태우 정부 때다. 분당·일산 등 다섯 곳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전국에서 투기 자금이 몰려들며 부동산값이 폭등했다. 이에 정부는 대대적인 수사 끝에 1만 3000명의 투기 사범을 적발하고 공직자 131명을 포함해 987명을 구속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김포·판교 등 12곳에 추진한 2기 신도시 조성 때도 투기는 되풀이됐다. 정부는 또다시 특별 단속을 벌여 9700여 명을 적발하고 300명을 구속했다. 이번 LH 사태에서도 투기가 의심되는 토지 거래는 3기 신도시에 집중되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는 애초 경제·사회적 기능이 과도하게 집중된 서울에 인구가 몰려 포화 상태가 되자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즉 주택 공급을 확대해 서울의 수요를 분산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양 정반대였다. 신도시 조성 때마다 투기 열풍과 땅값·집값 상승을 불러오고, 서울 인구 분산은커녕 지방 인구 유입을 부추겨 수도권 집중을 더욱 심화시킨 것이다. 한편으로 투기 세력들은 수도권 규제가 강화되면 지방을 돌며 ‘치고 빠지기’식으로 차익을 챙기는 등 지방 부동산시장마저 교란시켜 왔다. 부동산 적폐의 주범이 아닐 수 없다.
수도권 집중의 대표적인 지표는 인구다. 국가통계포털의 주민등록 인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인구는 260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0.3%를 차지하며 비수도권에 비해 30만 명이나 많았다. 수도권에 지방 인구가 몰리는 이유는 정부 부처, 공공기관, 금융기관, 주요 대학, 100대 기업 본사 등 주요 인프라와 일자리·교육 기반이 집중된 탓이다. 한데 수도권의 면적은 국토의 11.8%에 불과하다. 전체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땅에 인구의 과반이 몰려 사는 셈이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반면 지방은 인구가 빠르게 줄면서 갈수록 피폐해져 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호남권만 해도 1970년 전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4%에 달했지만 현재는 9.8%로 급감했다. 젊은이들이 교육과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지방대학은 입학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남은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됐고, 도내 22개 시군 중에서도 18곳이 30년 내 소멸 위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러다간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괴담이 대학뿐만이 아니라 지방 전체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멸위험지역 살려 분산 꾀해야
올해는 지방자치가 되살아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6월 항쟁을 통해 지방자치가 부활 된 이후 벌써 한 세대가 지났건만, 여러 지표에서 보듯 지방분권은커녕 중앙집권이 되레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정치권력과 자본 및 관료 체제 등이 기득권을 형성하며 중앙집권 체제를 강고하게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을 약속했지만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외려 3기 신도시 건설과 수도권 광역교통망 구축 등에 적극 나서면서 중앙집권은 더 강화되고 수도권 쏠림도 심화돼 ‘수도권 정권’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총선 때 공언한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도 감감무소식이다.
헌법 제123조 2항은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 정부가 남은 1년 동안 부동산 부패 청산과 집값 안정의 토대라도 마련하려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멸 위험에 처한 지방을 살리는 재정·세제·규제 분야의 국가 지원 대책을 담은 특별법부터 제정해야 할 것이다. 지역민들도 차기 대선에 나올 후보자들을 지금부터 눈여겨 살펴 보아야 한다. 말로만 지방분권이 아니라 국가 균형 발전을 실질적으로 이뤄 낼 지도자를 뽑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