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류’ 선수
2021년 04월 07일(수) 05:30
‘이도류’( 二刀流, にとうりゅう)는 양손에 칼을 한 자루씩 쥐고 싸우는 검법이다. 야구에서도 쓰이는데, 양손 타자인 ‘스위치히터’가 아니라 ‘투타 겸업 선수’를 일컫는다.

40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선 딱 두 번 이도류 선수가 있었다. 개막 원년인 1982년 해태 타이거즈 김성한 선수가 첫 번째 주인공이다. 당시 타이거즈 선수는 14명뿐이었다. 이 때문에 김동엽 감독이 고교 시절 투수로도 활약했던 김 선수에게 투타 겸업을 권유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김 선수는 타자로 13홈런, 69타점(1위), 3할5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투수로도 10승 5패에 2.88의 방어율로 ‘10승-10홈런-3할 타자’라는 국내 프로야구에 전무후무한 진기록으로 남았다.

1986년에는 OB베어스 박노준이 이도류로 뛰었지만 성적은 별로였다. 입단 첫해 2.28의 방어율로 투수로는 양호한 성적을 거뒀지만 타자로는 1할대의 타율에 머물렀다. 그는 2년간 투타 겸업을 하다 주전 중견수로 자리 잡아 1994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지만 투타 겸업에 따른 혹사로 더 이상 큰 활약은 없었다.

프로야구에서 이도류로 성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선수층이 얇던 1980년대에나 가능한 일이었고 갈수록 전문화되는 현대에는 굳이 이도류가 필요하지도 않다. KT위즈의 거포 강백호가 2018년 올스타전에서 투수로 깜짝 등장해 150㎞의 강속구를 던졌지만 순전히 이벤트성이었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오타니 쇼헤이 선수(LA에인절스)가 이도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타니는 5일 열린 경기에서 선발투수와 2번 타자로 나서 118년 만에 메이저리그 역사를 다시 썼다. 성적도 인상적이었다. 1회 초에 시속 163㎞의 강속구를 뿌리더니 1회 말에는 타구 속도 185.4㎞의 137m짜리 대형 홈런을 날렸다. 아메리칸리그가 1973년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한 이래 선발투수가 홈런을 친 것도 그가 처음이다.

팬들은 100년 전 이도류로 활약했던 베이브 루스가 환생한 것처럼 열광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언젠가 이도류 선수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있기를.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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