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후유증 아버지 도와준 이웃들 잊지 못해”
2025년 07월 10일(목) 20:55
나눔실천하는 무등시장 중식당 ‘하오’ 양수혁 사장
그룹홈·독거노인 등에 음식 대접·식사쿠폰도 제공
“받은 사랑 지역사회에 환원…꾸준히 봉사하겠다”
최근 광주시 남구청 온라인 게시판에는 무등시장 중식당 ‘하오’의 양수혁(35·사진)·김혜련(35)씨 부부를 칭찬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월산4동 그룹홈 사회복지사라고 소개한 그는 “하오 사장님이 그룹홈 아이들을 식당에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다. 값진 후원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싹으로 자라 나중에 또 다른 베풂으로 자라길 바란다”는 글을 적었다.

양씨 부부는 매달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면과 탕수육 등을 만들어서 월산4동 그룹홈을 찾는다. 양씨 부부는 아이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지난해 4월 식당을 개업한 양 씨 부부는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을 접대하고, 식사쿠폰을 제공하는 등 나눔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양씨가 누군가를 돕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던 건 힘들었던 어린시절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이웃과 봉사자들의 따뜻한 마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남전 참전용사인 양 씨의 아버지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인해 다리를 쓰지 못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다. 가정 형편은 넉넉치 않았고, 양 씨는 중학교 시절 버스비가 없어 왕복 1시간 20분씩 걸어서 통학했다. 밥도 제때 챙겨 먹지 못했으며 학교에서 준비물을 챙겨오라고 할 때면 늘 마음이 무거웠다,

이 때 양씨에게 손을 내민 건 이웃들이었다. 어른들은 학교가는 자식 손에 도시락 하나, 준비물 하나를 더 챙겨 양씨에게 건넸다. 남구자원봉사센터는 그의 아버지를 케어했다. 센터 회원들은 양씨가 군대에 있을 때 아버지의 식사를 챙기고, 말벗이 돼줬고, 아버지 장례식 때도 찾아와 손을 더했다.

“방황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군대에 다녀와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내가 어떤 마음을 받으며 컸는지, 그 마음이 얼마나 귀한건지 알게된 거죠. 받은 만큼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제대 후 양씨는 중식당 배달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당시 양씨를 눈여겨 본 식당 사장이 “음식을 배워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고 양씨는 그날부터 수년 간 배달 외 시간에 가게를 찾아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탕수육부터 깐풍기 등 다양한 중화요리를 연마한 그는 ‘하오’의 주방장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큰 즐거움을 얻는다는 양씨는 아내와 함께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광주 남구장애인복지관에서 지역주민 250명에게 짜장밥을 전달했고 지난해 8월에는 월산 5동의 지역아동센터, 독거노인 등을 가게로 초대해 콩물국수를 대접하기도 했다. 또 봉주초와 남구청에는 각각 200만원, 500만원 상당의 식사쿠폰을 기증하기도 했다.

봉사를 하며 되려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다. 2만원짜리 식사쿠폰을 들고 짜장면을 먹은 뒤 1만5000원을 거슬러 달라는 손님도 있었고 불가능한 배달을 요구하거나 어린이 전용 쿠폰을 가지고 와 왜 어른은 사용하지 못하냐고 따지는 이들도 있었다. 그럴 때면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의 나눔 열정은 꺾지 못했다.

양씨는 “적자가 나고 여유가 없을 때도 있지만 어린 시절 나를 도왔던 이웃들을 떠올리면 이렇게나마 그 마음을 지역사회에 되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꾸준히 봉사할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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