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소 가로수’
2021년 04월 06일(화) 05:30 가가
나무는 나무 나름대로 제각각의 수형(樹形)을 갖고 있다. 그래서 멀리서 형태만 보고도 느티나무인지 감나무인지 포플러인지 금세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나무는 장소에 따라 제 모습대로 살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오래전 네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래킹을 하며 봤던 나무들이 그러했다. 해발 3400m에 자리한 남체 바자르를 향해 걸을 때였다. 소나무나 전나무류 등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 모양이 너무나 특이했다. 전봇대 높이만 한 나무인데도 가지 하나 없이 매끈했다.
한눈에 봐도 인공적으로 가지를 모두 잘라 낸 것이었다. 맨 꼭대기에만 작은 가지와 잎들이 달려 있는 모습이 마치 거꾸로 세워 놓은 먼지떨이를 연상시켰다. 현지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벌목을 하면 처벌받기 때문에 주민들이 궁여지책으로 가지만 잘라냈기 때문이란다. 취사와 난방에 필요한 연료를 구할 수 없는 척박한 환경임을 감안해도 너무한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식의 가지치기는 멀리 갈 것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로수로 심어진 아름드리나무들이 몸통만 겨우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 모습은 흡사 머리와 팔다리를 생략하고 몸통만을 표현하는 토르소(TORSO) 조각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가로수 나뭇가지가 전선을 건드린다거나, 가게 간판을 볼 수 없게 가로막는다는 민원 등등….
이런 ‘토르소 나무’는 도로뿐만 아니라 학교 교정과 개인 정원 등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몸통만 남아 있는 나무 입장이라면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나친 가치치기는 결국 나무를 고사시킬 수도 있다. 어제는 식목일이었다. 전국적으로 많은 어린 나무가 심어졌을 터이다. 그렇지만 새로 심는 것 못지않게 있는 나무를 잘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
비록 코로나19가 계속되고 있지만 초록의 봄날은 우리들에게 많은 위안을 준다. 몸통만 남은 가로수에도 경이롭게 새잎이 돋아나고 있다. 앞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가로수를 심고, 지나친 가지치기를 삼가며, 푸른 도시를 가꿔 나가는 행정 당국의 세심한 나무 정책을 기대한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하지만 나무는 장소에 따라 제 모습대로 살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오래전 네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래킹을 하며 봤던 나무들이 그러했다. 해발 3400m에 자리한 남체 바자르를 향해 걸을 때였다. 소나무나 전나무류 등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 모양이 너무나 특이했다. 전봇대 높이만 한 나무인데도 가지 하나 없이 매끈했다.
비록 코로나19가 계속되고 있지만 초록의 봄날은 우리들에게 많은 위안을 준다. 몸통만 남은 가로수에도 경이롭게 새잎이 돋아나고 있다. 앞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가로수를 심고, 지나친 가지치기를 삼가며, 푸른 도시를 가꿔 나가는 행정 당국의 세심한 나무 정책을 기대한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