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배당금
2021년 04월 05일(월) 06: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중국 간, 미국·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구촌이 제2의 냉전체제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이다. 최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회담에 대해서는 ‘불협화음이 예견되기는 했지만 삐걱거림의 정도는 예상 밖’이라거나 ‘냉전 초기 미국과 구소련 간 회담과 같은 분위기’라는 우려 섞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특히 쿠바 등을 상대로 ‘사회주의 국가연대’를 구축하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또 얼마 전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을 ‘살인자’라고 부른 바이든 대통령에게 ‘맞장 토론’을 제안하기도 하는 등 사실상 ‘국제 질서가 과거 냉전시대처럼 양극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우리의 주적이었던 북한도 쿠바·베트남·라오스를 상대로 ‘반미 연대’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도’라는 고유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중국·러시아와 같은 사회주의 세력 그리고 미국·일본 등의 자유민주주의 세력 사이에 낀 데다, ‘핵보유국’임을 내세우는 북한과 대치까지 하고 있는 우리 한국으로서는 극히 우려되는 바다.

우리는 동맹인 미국의 핵우산 아래 북한에 대한 ‘햇볕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방 예산을 상대적으로 축소하고 경제나 사회복지 분야에 더 많은 예산을 책정함으로써 이른바 ‘평화배당금(peace dividend) 효과’를 누려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 발전 대신 군비 확충에 모든 것을 걸어 온 북한의 안보 위협은 거의 줄지 않고 있는 데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오히려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소련의 몰락으로 냉전이 끝난 뒤 군비를 대폭 축소하고 느긋하게 평화배당금을 즐기던 미국이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발호를 막지 못해 결국 9·11사태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던 사례를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눈앞에 성큼 다가온 제2의 냉전시대를 맞아 우리 한국이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달콤한’ 평화배당금에 연연해 갈수록 커지는 군사 안보 위협에 질끈 눈을 감고 있지나 않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홍행기 정치부 장redplan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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