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자폐
2021년 04월 02일(금) 06:00 가가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정치가인 상앙은 법치주의 정치를 펼쳐 진나라의 천하통일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10년간 재상으로 있으면서 강력한 법 집행으로 인해 기득권 세력은 물론 서민들에게까지 원한을 사기도 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상군열전’(商君列傳)에 따르면 상앙은 원래 위(衛)나라 사람이었으나 진나라 효공에게 발탁돼 두 차례의 변법(變法)을 실행했다. 상앙은 귀족의 특권을 없애고 군공(軍功)의 여부에 따라 작위를 수여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또 연좌법을 실시했으며 토지 매매 허가제나 도량형 통일 등의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서민들에게 공포를 안겨 주었던 연좌법은 나중에 상앙의 목숨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 열 가구 또는 다섯 가구를 한 조로 묶어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게 했으며 한 가구가 법을 어기면 모든 가구를 처벌한 것이 바로 연좌법이다. 범죄자를 고발하지 않으면 허리를 자르는 벌을 내렸으며 고발한 자에게는 상을 내렸다. 범죄자를 숨겨 주면 적에게 투항한 죄에 해당하는 처벌을 했다.
왕이 바뀌자 귀족들의 모함이 시작되고 체포 명령이 떨어지자 상앙은 도주하게 된다. 상앙은 도망치다가 어느 여관을 찾았지만, 주인은 여행증이 없는 사람을 받으면 처벌받는 법 때문에 안 된다며 숙박을 거절했다. 이 때 상앙은 “내가 만들어 놓은 법이 오늘날 나를 해치는구나”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잡혀서 거열형(車裂刑)에 처해졌다. 여기에서 ‘자기가 만든 법에 자신이 죽다’라는 뜻으로, 자기가 한 일로 인하여 자신이 고난을 받는 경우를 비유하는 고사성어 ‘작법자폐’(作法自斃)가 생겨났다.
재계약 시 임대료를 5% 넘게 올리지 못하도록 한 임대차법 시행을 주도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관련 법 시행 이틀 전에 전세 계약 갱신을 하면서 전셋값을 8억5000만 원에서 9억7000만 원으로 올린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었다. 이로 인해 그는 불명예 퇴진에 이어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다 해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과 권한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든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하지만 서민들에게 공포를 안겨 주었던 연좌법은 나중에 상앙의 목숨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 열 가구 또는 다섯 가구를 한 조로 묶어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게 했으며 한 가구가 법을 어기면 모든 가구를 처벌한 것이 바로 연좌법이다. 범죄자를 고발하지 않으면 허리를 자르는 벌을 내렸으며 고발한 자에게는 상을 내렸다. 범죄자를 숨겨 주면 적에게 투항한 죄에 해당하는 처벌을 했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