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위로
2021년 03월 23일(화) 00:00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지난 18일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광주 시립 국악관현악단(상임지휘자 한상일) 제125회 정기 연주회 무대에 오른 ‘우리 시대의 소리꾼’ 장사익(72)은 세 번째 곡으로 ‘찔레꽃’을 불렀다. 열다섯 가지 직업을 전전하다 마흔여섯 살에 데뷔한 가수의 인생이 절절이 녹아 있는 자전적 노래는 250여 관중들의 심금(心琴)을 울렸다.

‘티끌 같은 세상 이슬 같은 인생’ ‘역(驛)’ ‘찔레꽃’ 등의 열창이 끝나자 관객들은 갈채와 함께 ‘앙코르!’를 외쳤다. 무대에 다시 오른 장사익은 “앙코르 곡이 준비되지 않았다”면서 반주 없이 짧은 노래 한 가락을 이어 갔다. “국수 두 가닥에 김치 한 가닥, 고시레~!” 관객들 또한 그와 함께 ‘고시레~!’를 외쳤다. ‘고시레’(고수레)는 음식을 먹기 전 조금 떼어 던지는 전통 농경사회 헌식(獻食) 풍습으로, 코로나19를 잘 이겨내고 서로 힘을 내자며 광주 시민들에게 건넨 예술가의 덕담이었다.

연주회에서는 관현악 협주곡인 ‘아리랑 환상곡’을 시작으로 ‘광주 용전 들노래를 위한 국악관현악’과 퉁소 협주곡 ‘풍전산곡(風傳山曲)- 바람이 전해 준 산의 노래’, 타악 협주곡 ‘북이라 둥둥’ 등이 잇따라 선보였다. 이날 현악기 연주 단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관객들은 한 좌석 띄어 앉았으니 코로나 시대의 한 단면을 보는 듯했다. 빈 객석은 ‘거리 두기 지키는 귄있는 나’ ‘덕분에 내 맴은 질로 좋아’와 같은 재미있는 문구가 적힌 띠로 둘러져 있었다.

첼리스트 요요마(馬友友)는 최근 2차 백신 접종을 마친 후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일부러 첼로를 챙겨 온 그는 접종장 의료진과 시민들에게 백신 이상의 ‘치유’를 선사했다. 2년째 코로나를 겪으면서 새삼 예술과 공연예술가의 힘을 깨닫는다. 노래를 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공연예술가들은 우리 사람들 가슴속에 있는 ‘마음(心)의 거문고(琴)’를 울려 위로해 주는 사람들인 것같다.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고시레~!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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