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여행’
2021년 03월 19일(금) 05:30
중장년 세대에게 로봇은 꿈 많던 어린 시절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 40여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로봇하면 아톰이나 마징가 제트, 태권브이를 떠올렸다. 그 당시 만화들이 그려 낸 수준의 로봇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상 곳곳에 로봇이 가까이 존재한 적은 없었던 듯하다. 특히 공장의 생산 로봇부터 청소 로봇, 말하는 AI 로봇, 수술 로봇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로봇이 쓰이고 있다.

로봇은 어떤 종류이든 기계와 과학기술의 집합체이다. 그래서 대다수 사람들은 로봇이라는 단어를 공학적 언어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로봇(robot)이란 말은 희곡 제목에서 유래했다. 로봇의 어원은 ‘일한다’라는 의미를 가진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비롯됐으며, 192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로섬의 인조인간’(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처음 사용됐다고 한다. 공장 운영자 로섬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간 대신 개발한 로봇을 사용하면서 벌어지는 얘기이다.

이 작품 이후 영화와 소설에 로봇이라는 말이 대거 등장한다. 급기야 1961년 현대 로봇의 시조인 자동차 공장용 로봇팔 유니메이트(Unimate)가 개발됐다. 이 시기 로봇은 원시적인 수준이었지만 당시 나온 만화와 영화는 로봇이 살아 숨 쉬는 미래를 그렸다. 그중 일부는 현재의 과학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만화영화 ‘아톰’이 인기를 끌던 시기인 1966년, 미국에서 개봉한 공상영화 ‘마이크로 결사대’에는 현재 한창 연구·개발 중인 마이크로로봇의 개념이 나온다. ‘마이크로 결사대’는 5명의 과학자와 요원이 초미세 크기로 줄인 잠수함을 타고 뇌사 상태에 빠진 과학자의 혈관 속으로 들어가 혈전을 없앤다는 이야기인데 원제는 ‘환상 여행’(Fantastic Voyage)이다.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로봇이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치료가 필요한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 분야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전남대 로봇연구소가 최근 질병의 종류와 발병 위치에 따른 맞춤형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했다 한다. 지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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