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노블’ 인기에…만화 영역 확장 눈길
2021년 03월 18일(목) 00:00
그림+소설…문학성 갖춘 만화
지난해 출간 4배·판매량 7배 증가
좋은 스토리 그림과 함께 감상 감동 두배
‘쥐’ ‘풀’ ‘나쁜친구’ 등 수상작품 각광
‘쥐’, ‘까대기’, ‘풀’, ‘십시일반’, ‘내 어머니 이야기’, ‘나쁜 친구’….

위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림과 소설로 이루어진, 문학성이 가미된 ‘그래픽 노블’이다. ‘그래픽 노블’은 그림(graphic)과 소설(novel)의 합성어로 예술성이 가미된 작가주의 만화를 일컫는다. 그래픽 노블은 만화와 달리 연재 형식이 아닌 스토리 완결성을 지닌 책으로 출간된다. 개인의 정체성, 내면 이야기, 젠더, 역사와 같은 진지한 주제를 다루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외국의 유수한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기존 만화시장은 일본에서 출간된 코믹 잡지 연재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출간된 다양한 그래픽 노블도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완성도 높은 그래픽 노블이 인기를 끌면서 만화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예스24에 따르면 2020년 그래픽 노블 출간 종수는 2010년 대비 약 4배 늘고, 판매량 또한 7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출간종수가 37종에서 140종으로 대폭 확대된 것. 만화 분야 구매자는 20~40대 남성 비율이 가장 높은 반면 그래픽 노블의 주 구매층은 20~40대 여성이다.

그래픽 노블은 전통적으로 문학에 수여되는 문학상 분야까지 수상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그래픽 노블 베스트셀러 10위에 오른 독일 만화가 아트 슈피겔만의 ‘쥐’가 1992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단순히 나찌의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과거 사건에만 머물지 않고, 인간이 인간을 무시하고 존재를 말살하려는 행위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새로운 표현 양식, 실험적인 기법으로 완결된 작품은 아트 슈피겔만에게 ‘그래픽 창시자’라는 별칭을 갖게 했다.

미국 작가 닉 드르나소의 ‘사브리나’는 2018년 그래픽 노블 최초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면서 문학 작품으로도 인정받았다. 평범한 여성이 끔찍한 일을 당한 후 그 사건이 SNS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주변 사람들 일상도 마비되어 간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고흥 출신 만화가 김금숙 작가의 ‘풀’은 지난해 만화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미국 하비상 ‘최고의 국제도서’ 부문에 선정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지금까지 영어와 프랑스어, 일본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등 다양한 언어로 출간됐다. 또한 지난해에는 일본 시민들의 펀딩을 통해 일본에서 출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8년 김영하 작가의 추천 후 복간된 ‘내 어머니 이야기’는 만화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가 따른다. 40대에 만화를 시작한 김 은성 작가가 80대 어머니 구술을 토대로 10 년에 걸쳐 완간 했다. 굴곡진 근현대를 살아온 여성의 삶은 한 개인의 일생을 넘어 ‘역사’로 다가온다. 2014년 완간됐다가 절판된 작품을 새로운 편집과 디자인을 입힌 개정판으로 다시 소개됐다.

아울러 손문상, 오영진 등 8명의 만화가들이 펼치는 인권에 관한 카툰 모음집 ‘사이시옷’도 차별의 얼룩진 현실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담아냈다. 작가가 택배 노동을 하며 느꼈던 한국 사회 노동의 문제를 그린 이종철 작가의 ‘까대기’, 순탄하지 못한 학창시절을 통과해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한 작가 앙꼬의 작품 ‘나쁜 친구’ 등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제44회 앙굴렘국제만화축제 황금야수상-최고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출판사에서는 국내형 그래픽 노블을 시리즈로 출간하고 있다. 창비 ‘창비만화도서관’, 보리 ‘보리만화밥’, 열린 책들의 자회사 미메시스의 ‘미메시스 아티스트 시리즈’, ‘미메시스 예술 만화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유어마나에서 출간한 ‘11인이 있다’ 시리즈는 아코디언북 형태로 출간되는 등 실험적인 면모도 담겨 있다.

예스24 관계자는 “그래픽 노블은 좋은 스토리를 그림과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재미와 감동을 배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며 “향후 관련 분야 출간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