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신청이 21일부터 시작되면서 광주·전남지역 행정복지센터는 업무 개시 전부터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지역 상인들은 단골 고객들에게 고객 유치를 위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기대감을 드러냈다.

온라인 신청에 어설퍼 직접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어르신들은 “시장 가서 삼겹살이든 갈비든 한 근 사볼 생각이다”,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한 번이라도 숨 좀 돌리게 해주면 그게 고마운 거다”며 반색했다.

21일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광주의 경우 민생회복 쿠폰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서구 6800여명, 남구 4100명, 동구 2400명, 북구 9800명, 광산구 7000여명 등 3만100여명이 신청했다.

전남에서는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16만 594건(383억원)이 접수됐다.

광주시는 1인당 최대 43만원, 전남은 최대 45만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첫날인 21일은 출생연도 끝자리가 1, 6인 시민을 대상으로 요일제가 적용됐으며, 신청 첫 주는 요일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은행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들은 아침부터 각 동 행정복지센터를 직접 찾아 소비쿠폰을 신청하느라 분주했다.

양림동에 거주하는 최변배(76)씨는 “이런 건 지역 상권에 진짜 도움이 되는 일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나도 좋고 시장 상인도 좋은 거다”며 “평소엔 지갑 열기가 망설여졌지만, 일부러라도 시장 가서 삼겹살이든 갈비든 한 근 사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배종인(77)씨도 “가까운 어린 시절 친구들이랑 모처럼 모여서 밥도 먹고 이야기나 좀 나눠보려고 한다”며 “요즘은 다들 어렵고 마음도 무거운데, 이렇게라도 사람들한테 힘이 되는 일이 생기면 좋은 거다”고 했다.

지역 상권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인동에서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김모(70)씨는 “단칸방에서 후라이 하나 해먹을 부탄가스 하나도 머뭇거리던 사람들이 이제 맘 편하게 장보기를 기대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요즘은 하루 2000원으로 밥을 세 끼 해결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런 분들에겐 커피 한 잔, 계란 네 알도 사치”라며 “그런 사람들한테는 정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시장에서 고깃집을 운영해온 황정란(63)씨는 “우리 소상공인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돈은 바닥에서 돌고 돌아야 산다”며 “자영업자들끼리도 물건을 사고파는 구조가 되면 10만 원이 20만 원, 30만 원의 가치로 커질 수 있다. 그게 지역경제의 실핏줄”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고령층은 먹거리와 의약품 등으로 쿠폰 사용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남편이 아파 약값이 많이 들어가는데 다행이다”, “비싸서 못먹었던 영양제라도 사먹어보려고 한다”는 반응과 “워낙 채소값도 비싸서 장보러 10만 원 갖고 나와도 금방 다 쓴다. 나이먹은 사람들은 카드는 좀 불편해서 상품권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등 아쉬움이 섞인 이야기도 들려왔다.

소비쿠폰 1차 신청은 오는 9월 12일까지로, 지급 대상은 일반시민 1인당 18만 원, 차상위계층 33만 원, 기초생활수급자 43만 원이다. 2차 신청은 9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되며,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시민에게 1인당 10만 원이 추가 지급된다.

요일제에 따라 ▲22일은 출생연도 끝자리 2·7 ▲23일은 3·8 ▲24일은 4·9 ▲25일은 5·0인 시민이 신청할 수 있다.

이번 소비쿠폰은 광주지역 연매출 30억 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 기한은 11월 30일까지다.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유흥업소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