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폭염→폭우→폭염…동남아 닮아가는 날씨
2025년 07월 20일(일) 19:45
온난화에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
극단적인 기상현상 이어져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17일 광주 서구 양동 광주천 인근 도로가 물에 잠겨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장마가 일찍 끝나고, 예상치 못한 폭우가 국지적으로 쏟아지고 이례적인 폭염이 찾아오는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전남이 지구온난화 등 여파로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하면서 ‘동남아 우기’와 유사한 기상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동안 광주에는 527.2㎜의 비가 내렸다.

지난 17일에는 하루에만 400㎜가 넘는 극한 호우가 내려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광양 백운산 602.5㎜, 담양 봉산 540.5㎜, 광주 527.2㎜, 구례 성삼재 516㎜, 나주 508.5㎜, 화순 백아면 494.5㎜ 등이 내렸다.

특히 기상청 예보가 줄줄이 빗나갈 정도로 ‘예측불허’ 폭우가 쏟아져 시민들의 혼란이 이어졌다.

기상청은 16일까지만 해도 예상강수량을 20~80㎜로 예상했고 사흘간 총 최대 280㎜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17일 오전 10시 폭우가 내리기 30분 전 뒤늦게 호우주의보를 발령했고 10분만에 경보로 상향했다.

18일에도 낮부터 폭우가 예보됐으나 소강 상태 에 접어들었다가 오후 6시께에야 뒤늦게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19일에는 기상청은 저녁에 그치겠다고 전망했지만 새벽 0시부터 오후 5시까지 33.0㎜ 나눠 내리다 오후 5시부터 밤 9시 저녁 시간대에 47㎜의 비가 집중됐고, 밤 10시가 돼서야 호우특보가 해제됐다.

최근 ‘극한 강수’가 발생하는 빈도도 짧아지는 추세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자료에 따르면 광주·전남에서 역대 1시간 최다강수량 10위 기록 중 1위(1998년 화순 주암면 145㎜)를 제외하고는 모두 2000년대 이후에 발생했다.

이 중 3위(2024년 진도 112.2㎜), 4위(2017년 고흥 106.6㎜), 5위(2011년 광양 106.5㎜), 6위(2024년 강진 96.5㎜) 등 4개 기록이 2010년대 이후 발생한 ‘극한 강수’였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극한 폭염’이 발생한 여파로 극한 호우도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극한 폭염이 발생해 기온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대기 중 수증기 양도 늘어나고, 호우가 발생할 때 수증기가 대량으로 더해지면서 극한 호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열대지방에서 짧은 시간 동안 강한 비가 주기적으로 내리는 강우 현상 ‘스콜’과도 유사한 원리다.

결국 이번 극한 호우는 우리나라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라는 것이 기상청 설명이다.

앞서 광주·전남은 지난 1일을 기점으로 장마가 종료돼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3년(6일)이래 두 번째로 짧은 장마 기간을 지냈고, 이후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폭염이 일찍 찾아왔다.

여름철 기온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 아열대성 기후, 극단적인 기상 현상도 갈수록 심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광주·전남 6월 기온은 올해 22.9도, 평균 최고 기온은 27.7도로 가장 높았다. 2023년 22.4도, 2024년 22.7도, 2025년 22.9도 등으로 올랐다.

폭염 일수도 지난해 33.1일로 평년 7.4일을 넘어섰고 폭염이 나타난 범위도 5월 9월까지 늘었다. 열대야일수도 37.8일로 가장 높았으며 평년 11.4일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구온난화로 대기 중 온도가 올라가고, 기온이 올라가면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 양이 증가한다”며 “기존의 수증기 양으로는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많아지고, 가득 찰 때는 더 많은 양의 수증기가 채워지기 때문에 극한의 많은 양이 내리게 되는 등 극한 기후가 나타날 확률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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