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미술, 오래된 풍경 그대로 예술이 되다
2021년 03월 10일(수) 00:00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우리동네미술’ <하-광주 서·남·광산구>

'예술이 마을로 스며들다’를 주제로 진행된 광주시 광산구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도산동 일대를 미술갤러리로 변모시켰다.

따스한 봄날, 장바구니를 든 어르신 한 분이 잠시 쉬고 있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귀여운 어린왕자가 말을 건네고 바오밥나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여우 등 어른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 주인공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바로 옆 물류창고는 ‘내 마음의 빈집 추억으로 덧칠하다’는 글귀가 새겨진 멋진 작품으로 변신했다. 1913 송정역 시장에서 도보로 10분쯤 걸리는 광주시 광산구 도산동 풍경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코로나로 지친 지역민들에 활력을 주고, 지역 미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 228개 지자체에서 진행중인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우리동네 미술’의 결과물들이 속속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광주시의 경우 남구와 북구가 사업을 완료했고 광산구와 서구는 3월 완공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을 진행중이다. 동구는 7월까지 사업을 끝낼 예정이다. 각 구마다 4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35~36명의 아티스트가 팀을 이뤄 작업을 진행했다.

주택가 담벼락에는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설치됐다.
효과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도시재생 사업과 맞물린 도산동을 낙점한 광산구의 프로젝트 주제는 ‘예술이 마을로 스며들다’. 대표를 맡은 한국화가 오창록 작가를 비롯해 모두 37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마을과 작품의 이야기를 이어줄 스토리텔러와 디자이너를 두고 ‘큰 그림’을 그리며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는 참여 작가들의 아이디어가 함께 어우러져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8일 오창록 작가와 걸으며 만난 작품들에선 작가들의 개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사라져가는 마을과 골목길 등 도시의 오래된 풍경을 담아온 서영실 작가는 물류창고에 대형벽화를 그렸고, 매화를 소재로 작업해온 강남구 작가는 흐드러지게 핀 매화나무를 완성했다. 비어있는 주택을 리노베이션한 주민쉼터와 그 인근 주택에는 송필용, 정상섭 작가 등의 작품이 눈에 띈다.

오래된 물류창고에 그려진 서영실 작가의 작품.
1913 송정역시장 입구, 도산동 커뮤니티 센터, 주택 담벼락 등 곳곳에 설치돼 ‘숨은 그림찾기’하는 기분이 든 박은수 작가의 인물 조각도 흥미롭고, 고근호 작가 역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유쾌한 조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양재영 작가가 작업한 ‘어린왕자’ 섹션은 ‘동화마을’로 지정돼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도산동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돼 조성된 공간이다. 주택 사방벽에 ‘어린왕자’와 관련된 다양한 작품이 설치됐으며 아트 벤치, 유리 조형물, 쌈지공원 등까지 들어서면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프로젝트 작품들은 벽에 직접 그린 회화 작품들도 있지만 타일과 스테인리스 스틸 등을 활용해 훼손을 최소화했다.

오창록 대표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자문위원회를 수시로 열어 피드백을 받았다”며 “송정역, 송정시장과도 걸어서 움직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구는 사업 장소인 월산동 325(구성로 38번길 10) 일대 달뫼 달팽이 문화마을은 새뜰마을 사업과 2019년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문화마을로 탈바꿈중인 점을 감안,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어우러지며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도시재생 사업 당시 설치된 벽화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면서 많은 볼거리를 만들어낸 게 특징이다.

광주시 남구 어영차 달뫼 프로젝트 중 달뫼 커뮤니티센터 외벽에 설치된 '달팽이 마을 지도'와 '달-소원'. <남구청 제공>
‘어영차 달뫼’를 주제로 진행된 프로젝트는 달뫼마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골목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작품들을 설치했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마을 약도 ‘블루밍-Blooming’을 만나고 김소정·박원하·신수정 등 12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반가워 달팽이 마을’은 각 작가의 개성이 담긴 46점을 설치해 작은 갤러리처럼 꾸며져 눈길을 끈다.

마을의 랜드마크인 달뫼커뮤니티 외벽에 설치된 ‘달팽이 마을 지도’는 마을 모습을 사진가들이 촬영한 후 빛이 들어오는 모듈로 제작한 6m 크기의 지도로 일몰 후 다채로운 색으로 변한다. 건물 꼭대기에는 달의 모양이 변하는 모습을 작품화한 신창훈·송가을·정철호 작가의 ‘달-소원’을 함께 설치했다.

또 커뮤니티센터 주변의 작품들과 어우러진 자투리땅에 아담한 아트벤치와 작품을 설치한 ‘아트가든’, 원룸 건물에 그린 트릭아트 작품 ‘Hi! billy’도 눈길을 끈다.

목적지 없이 이리 저리 골목길을 거닐며 작품을 발견하는 건 달뫼마을의 매력 중 하나다. ‘구불구불 달빛 골목’,‘꾸물꾸물 달팽이 벽’ 등에서 만나는 김광철·허임석·오진하·신창훈 작가의 작품은 푸른하늘, 세월의 흔적이 담긴 공간들과 어우러지며 산책의 즐거움을 준다. 또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주민들이 직접 사진가가 돼 서로를 촬영한 ‘나도 사진가’는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끈다.

광주시 서구 ‘상무대 옛터, 문화예술로 피어나다’ 중 ‘사람·사람들’ 조형물. <서구청 제공>
서구는 상무대 옛터와 서구 이음길 중 5·18 역사길 일부 구간을 공공예술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상무대 옛터가 5·18 사적지이지만 표지석 하나만 세워져 있어 오월의 흔적을 알기 어려운 점을 보완하고 상무대가 장교 양성 기관으로도 오랫동안 역할을 해왔던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상무대를 상징하는 대표 조형물과 안내판, 작품과 결합한 편의시설, 잊혀진 상무대를 상징화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다양한 미술 작품 등을 설치했다.

프로젝트는 작가 팀 ‘상무이음매’가 ‘상무대 옛터, 문화예술로 피어나다’를 주제로 진행했다. 상무대의 특징을 살려 군에 간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와 늠름한 아들의 모습을 담은 조각 작품 ‘대한의 따뜻한 만남’이 설치됐으며 상무 이음길 아파트 담벼락에는 상무대 이야기를 희망이라는 화두로 접근한 벽화 ‘희망의 항해’가 들어섰다.

‘인권의 문’이라는 부제가 달린 조형물 ‘사람·사람들’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각 기둥 위에 상징적으로 쌓아올린 작품이다.

넓은 지역을 사업 장소로 확정한 타 구와 달리 동구는 1954년 지어진 ‘박옥수 고택’을 사업지로 택하고 ‘동밖(Park) Citizen Lab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동구의 경우 오래된 건물의 안전 진단 등으로 시간이 걸렸고, 현재 리뉴얼 설계를 마치고 곧 공사에 들어간다. 9월 오픈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앞서 7월에는 리노베이션 과정 등을 담은 전시를 통해 먼저 공간을 소개할 계획이다.

이곳은 새롭게 탄생한 공간과 로컬 자원을 활용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 향후 시민 인문학 아지트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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