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2021년 01월 21일(목) 07:00
쓰레기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결국 인간이다. 인간에서 비롯되어 인간으로 돌아간다. 플라스틱을 예로 들어 보자.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은 히말라야산맥, 아이슬란드 빙하, 하와이 해변, 아마존강변 등 지구촌 그 어디에나 있다. 이게 물을 따라 흘러 흘러 결국 바다에 이른다.

그러나 바다가 종착역은 아니다. 플라스틱은 결코 썩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잘게 쪼개질 뿐이다. 이렇게 바다에 이른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의 몸속으로 들어가 다시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도 한다. 인간에서 시작돼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함지박이나 큰 대야를 뜻하는 ‘다라이’(たらい)라는 말이 있다. 우리 옛 고어에서 유래된 말이라는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지금은 일본말이다. 주로 김장철에 많은 주부들이 사용했던 다라이는, 어렸을 적 인생 최초의 개인 목욕탕이기도 했다. 바로 이 다라이도 플라스틱이나 고무로 만들어졌다.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에 큰 변화를 주고 편리함을 주었지만 아주 골치 아픈 존재이기도 하다. 한 해 동안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 톤에 달하고 이 중 쓰레기는 63억 톤이나 된다. 재활용되는 것은 약 10% 남짓에 불과하다. 8억 톤 정도는 소각되고 49억 톤이 땅에 매립된다. 매년 우리는 쓰레기 산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위성사진 속에 그동안 보이지 않던 섬 하나가 난데없이 나타나 세계가 경악하는 일이 있었다. 알고 보니 세계 도처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매일 일본과 하와이 사이에 있는 태평양에 쌓여 섬이 된 것이다. 그 쓰레기 섬의 크기는 프랑스 국토의 세 배, 우리나라의 14배나 됐다. 연간 발생하는 해양쓰레기 양이 적게는 800만 톤, 많을 땐 1300만 톤이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바퀴벌레가 인류의 희망이라고?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24시간 배달 문화라고 한다. 더욱이 최근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배달 주문이 폭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수지 계열 폐기물들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하루 평균 폐기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4%나 증가했다고 한다. 과연 ‘배달의 민족’이다. 24시간 배달 체계는 다른 말로 하면 24시간 쓰레기 생산 체계라고도 할 수 있다. 배달 경제의 확대는 기존 상품을 포장한 상태에서 택배 포장을 겹으로 해야만 하니 스티로폼·플라스틱·비닐류 등 막대한 쓰레기를 추가로 만들어 낸다.

지구촌 곳곳을 발로 누빈 어느 ‘별난 사람’이 직접 보고 듣고 깨달은 쓰레기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다. 제목은 ‘쓰레기책’이다. ‘왜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뒤덮이는가’란 부제를 달았다. 저자는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이렇게 묻는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우리가 잘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정작 분리수거된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어지는 그의 경고가 날카롭다. “내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알아서 잘 처리되겠지’하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여러 나라의 쓰레기 처리 대응책들이 흥미롭게 기술되어 있다.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중국에서 시행 중인 ‘바퀴벌레 호텔’이다.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는 음식물 처리장이 하나 있다. 한데 음식물을 처리하는 방식이 매우 획기적이다. 바퀴벌레 40억 마리에게 최고급 숙식을 제공하며 음식물 처리를 맡긴 것이다.”

저자의 설명을 더 들어본다. “바퀴벌레들은 안락한 공간에서 하루 200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 치운다. 최대 11개월까지 사는 바퀴벌레는 중국인들이 먹고 남은 산해진미를 모두 맛보는 삶을 사는 셈이다. 이런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실행시킨 곳은 퀴오빈 농업과학기술회사다. 세계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자, 이쯤 되면 저 징그러운 바퀴벌레가 인류의 희망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놀랍지 않은가.

쓰레기 문제 해결을 제시한 또 다른 책이 있다. 지난해 말 출간된 ‘쓰레기, 어디까지 고민해 봤니?’다. 광주 지역의 뜻있는 사람들이 ‘광주형 생활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공부 모임’을 만들어 함께 학습하면서 내놓은 결과물이다. 이 책은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쓰레기가 어디에서 나오고 어디로 가는지 모든 과정을 알려 준다.



종량제봉투도 폐지하자고?



또한 오늘날 국제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인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역시 빼놓지 않았다. 그중 눈길을 끄는 건 정부와 기업을 질타하는 대목이다. “쓰레기 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하게 된 것은 각국 정부가 시민들에게는 재활용의 의무를 강요하면서, 기업들에게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온갖 난해성 플라스틱 포장재와 용기류를 생산토록 허가해 준 결과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포장재와 용기류 통일화 사업과 생산자 재활용책임제(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그리고 3R(Reduce, Reuse, Recycle) 정책의 확대가 해답이다.

종량제봉투도 폐지해야 한다. 봉투 자체가 분해되지 못하는 플라스틱 비닐인 데다 지금은 새로운 쓰레기 양산의 주범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성공적인 생활폐기물 정책으로 각광받았던 종량제봉투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종량제봉투 폐지의 대안은 ‘중량제’다.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의 무게를 달아 중량에 따라 비용을 배출자가 부담하는 제도다. 우리는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제는 매립이나 소각 이전에 최대한 재활용하고, 원천적으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됐다. 그러나 생각만으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후손에 물려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배우 조승우가 텔레비전에 나와 늘 이렇게 말하지 않던가.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정상에 오르는 게 아니야, 올라야지! 홈런을 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홈런을 치나? 쳐야지!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야. 해야지!” 이제 최소한 빈 병에 담배꽁초를 집어넣는 그런 몰상식한 짓거리만이라도 하지 않기를!



<이 칼럼은 이동학이 쓴 ‘쓰레기책’과 김강열(광주환경공단이사장)과 몇몇 사람이 같이 쓴 ‘쓰레기, 어디까지 고민해 봤니?’ 등 두 권의 책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했음을 밝혀 둡니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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