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뛰고 … 전세는 없고
2020년 11월 04일(수) 22:00
외지 투기세력에 서민 피해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도 봉선동과 수완동 등 광주 일부지역의 집값이 갑작기 오르고 있다. 2년 전 광주 집값을 끌어 올렸다가 빠져나갔던 외지 투자세력이 다시 광주로 눈길을 돌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광주시 남구 봉선동 일대 아파트 전경.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광주 일부지역 집값이 최근 갑작기 오르고 있다. 한동안 광주 집값을 끌어 올렸다가 빠져 나갔던 외지 투자세력이 다시 광주로 눈길을 돌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광주가 투기세력에 의한 아파트 선점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특성에 따른 수요·공급 시스템과 질 높은 공공임대 아파트 공급 등 과도한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광주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올 3월부터 감소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8월부터 전달 대비 0.02% 상승하면서 상승세로 전환한 뒤 9월에는 0.06% 추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광주시 남구 봉선동 제일풍경채 84.96㎡의 경우 지난 5월 7억800만원(15층)에 거래됐지만, 10월에는 8억(14층)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9200만원(13%)이 올랐다.

광산구 수완동도 수완6차 대방 노블랜드 84.85㎡(6층)가 지난 2월 5억12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달리 10월에는 6억500만원(6층)에 팔리면서 9300만원(18.2%) 올랐다. 두 아파트 모두 불과 5개월 사이 1억원 가까이 가격이 오른 셈이다.

최근 매매를 중개했던 봉선동과 수완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매물로 나왔어도 거래가 없어 나가지 않던 ‘급매’를 비롯한 상당수 물건들이 6월부터 갑자기 팔리기 시작했고, 거래의 80%는 외지에서 온 ‘갭 투자자’였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봉선동 지역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3월 48건→4월 57건→5월 56건 등 한달 평균 53.7건을 기록하다가, 6월 128건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후 7월 114건→8월 68건→9월 92건→10월 149건 등 5개월간 월 평균 110.2건으로 지난 3~5월에 비해 105.2%나 급증했다.

수완동 역시 3월 13건→4월 14건→5월 21건으로 월 평균 16건에서 6월 40건→7월 33건→8월 51건→9월 47건→10월 56건 등 월 45.4건으로 183.8% 증가했다.

이처럼 집값이 갑작스레 오르자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탓에 매물이 사라진 것은 물론, 봉선동과 수완동 일대 아파트 가격 상승이 광주지역 부동산시장의 전반적인 가격상승을 부추기는 형국이다.특히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전세 물량이 감소하는 추세에서 집값 상승에 전세 가격마저 올라 실거주자인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월간 KB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광주의 전세수급지수는 196.1로 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부족해 전세난이 우려된다는 의미다.

또한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지난 9월 기준 광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억3453만원이었고, 평균 전세가격은 1억7217만원이었다. 광주는 매매와 전세 가격 차이가 26.6%(6236만원)에 불과해 급작스런 집값 상승은 전세 입주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전국에 동일 적용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방 인구가 대거 유입돼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수도권과 달리 광주는 투기세력에 의한 아파트 선점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아파트 수요에 맞춰 공급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질 높은 공공임대 아파트 공급으로 집값의 과도한 상승 억제가 필요하다.

광주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외지 갭 투자자 등 투기세력에 의해 광주 집값이 오르는 등 실수요자만 피해를 보고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며 “현재 집값 상승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효과가 나타나기 전 현상이니 만큼 시일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전 광주 집값 폭등 당시 뒤늦게 투자에 나섰다가 손해를 본 지역민도 많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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