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화재단의 ‘초심’
2020년 08월 26일(수) 00:00
지난 2010년 12월 말, 광주일보와 주한미국대사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미 선진예술재단 연쇄 화상인터뷰’. 10년 전 ‘그날’ 아침은 유난히 추웠다.하지만 영하권의 날씨에도 인터뷰가 열린 광주아메리칸코너는 세계적인 문화CEO들과의 릴레이 대담으로 뜨거웠다. 그도 그럴것이 이날 온라인으로 연결된 이들은 워싱턴의 케네디센터, 뉴욕링컨예술센터,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 예술센터 등 내로라 하는 리더였기 때문이다. 주한미국대사관의 협조를 받아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 자리에서 세 사람은 오랜 세월 예술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운영철학을 상세하게 들려줬다. 이날 세계적인 문화수장들과의 화상 대담은 이듬해 신년특별기획으로 지상 중계돼 독자들로 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광주일보가 전례를 찾기 힘든 ‘빅 이벤트’를 펼친 건 광주문화재단때문이었다. 2011년 1월 공식 출범하는 광주문화재단의 비전과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선 이들 선진 예술재단의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당시, 지역사회는 광주문화재단이 국립기관인 아시아문화전당의 카운터 파트너로 문화비전을 제시하고 문화수도의 밑그림을 그리는 싱크탱크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이나 광주비엔날레재단 등 특정분야의 전문기관은 있었지만 지역의 문화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는 광주문화재단이 처음이었다. 그런 점에서 선진 예술재단의 성공사례는 출범을 앞둔 광주문화재단에겐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문화관광부와 달리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ministry)가 없는 미국은 케네디센터나 링컨센터 등 민간예술재단들이 주도적으로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예술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등 예기치 않은 불황이 불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게 문화기관이다 보니 이들이 겪은 위기관리 능력은 많은 예술재단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오래전 취재 이야기를 꺼내든 건 올해로 광주문화재단이 1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평상시 같으면 대대적인 기념이벤트가 펼쳐졌겠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오히려 조용한(?) 한해를 보내고 있다. 그 대신 아이러니컬하게도 오는 9월13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현 대표이사의 후임 인선이 지역문화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정인 내정설과 그로 인한 시민단체들의 잇단 성명서, 재공모 착수 등 매끄럽지 못한 광주시의 인사가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그래서인지 10년 전 화상인터뷰에서 강조한 브렌트 이건 소장(케네디센터 디보스 인스티튜트)의 메시지가 유난히 생생하게 떠오른다.

“문화재단이 성공하려면 지역사회로 부터 신뢰를 받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재단의 목표(mission)를 충실히 실현해 지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한다. 왜 재단을 설립했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 늘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재단의 성패는 주어진 미션을 충실히 달성했는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초심을 잃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광주문화재단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은 역량있는 인물이 선임돼야 하는 이유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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