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거문도 유일 여객선 ‘하멜호’ 운항 중단 위기
2025년 11월 16일(일) 20:20
운영사측, “월 1억 적자 감당 못해…내달 15일까지 개선 안되면 중단”
여수시, “13개월간 지급한 운항결손금 17억에 포함…추가 지원 불가”
배 끊기면 기존처럼 4시간 50분 소요…주민들 “불안하고 답답” 호소

운항 중단 위기에 놓인 하멜호 <케이티마린 제공>

여수에서 거문도로 가는 유일한 여객선인 ‘하멜호’가 다음 달 적자 운영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운항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운영사 측은 여수시에서 운항결손 보상을 제대로 해 주지 못해 월 1억원 이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는 반면, 여수시는 협약에 따라 운항결손금을 올바르게 지급했는데도 선사 측이 일부 적자 항목에 대해 이중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매년 8만 명에 달했던 관광객들의 거문도 방문 뿐 아니라 섬 주민들이 뭍을 오가는 데만 반나절 이상을 허비하는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6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최근 여수에서 거문도를 가는 쾌속 여객선 ‘하멜호’를 운영하는 선사 케이티마린은 여수시에 “다음달 15일까지 적자 보전 대책을 개선하지 않으면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하멜호는 지난해 7월 말부터 취항해 여수에서 나로도, 손죽도, 초도, 서도를 경유해 거문도까지 하루 두 차례 왕복하는 여객선이다.

하멜호는 지난해 말 정기여객선인 웨스트그린호가 운항을 중단한 이후 여수와 거문도를 잇는 유일한 직항 여객선으로 남아 있다. 하멜호 취항 이후 거문도 관광객 수는 2023년 6만6791명, 2024년 8만 8592명, 올해는 지난 10월 말까지 8만 8000여 명으로 증가하는 효과도 봤다.

다만 운영사 측은 운항 손실이 월 1억 원 이상 발생해 누적 적자가 13억원에 달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여수시와 맺은 운항결손 보상제도는 승객 수가 늘어날 수록 여수시 지원금이 줄어드는 구조로 돼 있어 물가와 유류비 상승분이 제대로 보전되지 않는다는 것이 선사 측 주장이다. 또 협약서에는 감가상각비·2차보전액 등을 운항결손액과 별도로 적어 놓고, 정작 비용을 지급할 때는 이들 항목을 운항결손액으로 묶어 지급해 지원금 액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주장도 폈다.

반면 여수시는 해양수산부의 ‘연안여객항로 안정화 지원사업 기준’상 운항결손금은 감가상각비와 2차보전액을 포함한 금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감가상각비 등을 별도 지급할 경우 이중 지급이 된다는 것이다.

여수시는 운영사로부터 제출받은 구체적인 적자 자료를 전문 회계법인에 검토 의뢰한 상태다.

양 측 의견이 엇갈리면서 불안감과 불편은 주민들의 몫이 됐다.

당장, 하멜호가 운항을 중단하면 거문도 주민들은 여수시까지 가기 위해 고흥 녹동항까지 배를 타고 버스로 갈아 타는 등 4시간 50여분동안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멜호를 타면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김경수(63) 거문도 이장은 “하멜호가 생기기 전처럼 녹동항까지 3시간 20분 배를 타고 가서 또 버스를 1시간 30분을 타야 여수에 갈 수 있어 새벽 5시에 나와 밤 10시에 집에 돌아올 수 있다”며 “김장철이면 여수에서 배추를 사서 오고, 생필품도 가득 사서 오는데 배가 없어 버스를 타게 되면 손가방 하나밖에 못 들고 타니 생활도 막막해진다”고 말했다.

초도 주민들 역시 하멜호를 타면 1시간 30분이면 여수에 갈 수 있지만, 다른 배를 타면 초도에서 차를 싣는 차도선을 1시간 50분 타고, 녹동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을 더 가야한다.

김용수(60) 초도 8통 이장은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어르신들이 엄청 불편하다. 여수가 생활권이기 때문에 자주 다닐 수밖에 없고, 어르신들은 혈압약 타러 병원 가는 일이 많다”며 “녹동 차도선을 타면 객실이 2층(3층 높이)에 있어서 어르신들이 계단을 타고 오르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대체선을 마련하는 안도 검토 중이지만, 주민들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도 웨스트 그린호 운항이 중단된 이후 대체선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민간 선사들이 적자 등을 이유로 운항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랐는데, 낡고 열악한 대체선만 투입돼 불편이 심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땜질’식으로 여객선을 취항할 게 아니라 여객선 공영제 등 지속 가능한 대책 마련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 주장이다.

주민들은 “10여 년전부터 줄리아아쿠아호, 웨스트그린, 오가고호가 있을 때에도 선사와의 갈등은 반복됐다”며 “늘 임시방편으로 봉합해놨다 또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 시에서 공영제를 한다든가 주민과 관광객이 안정적으로 오갈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여수시는 이번 주 중 선사 측과 만나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여수=김창화 기자 ch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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