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첫 공공어린이 재활센터 문 열자마자 ‘입소 대란’
2025년 11월 16일(일) 18:55
개원 5개월 병상 24→28 확대에도 대기만 100명…병상 확충 시급
내년 2월까지 진료 스케줄도 꽉차…제2센터 설치 등 방안 모색해야

광주시 북구 본촌동에 위치한 광주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 전경. 지난 5월 광주에 처음 문을 연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지역 장애아동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 첫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가 문을 열자마자 ‘입소 대란’을 겪고 있다.

개원 5개월만에 낮병상을 24개에서 28개로 늘렸지만 내년 2월까지 예약일정이 이미 꽉 찬데다 대기자만 100명에 달한다.

16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는 북구 본촌동 호남권역재활병원 1층을 리모델링해 올해 5월 문을 연 광주 최초의 공공 어린이 재활 거점이다.

국비와 광주시비를 1대1로 나눠 총 72억원을 투입했고, 병원 연면적도 1만6741㎡에서 1만7108㎡로 넓혔다. 기존 재활병원에 어린이 전용 재활공간을 따로 꾸려, “멀리 수도권까지 올라가야 했던 치료를 집 앞에서 받게 됐다”는 부모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센터에는 낮병상 28개, 입원병상 20개 등 총 48개 병상이 마련돼 있다.

낮 병동은 만 6세 이하 장애아동 28명을, 입원병동은 만 18세 이하 장애아동 20명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재활의학 전문의 1명과 간호사 2명, 재활치료사 16명, 사회복지사 1명 등 20명 안팎의 인력이 팀을 이뤄 물리·작업·언어·놀이치료를 묶은 다학제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으며, 하루 의료 수가는 33만원 수준이지만 보호자 본인부담금은 하루 2만원 안팎으로 설계해 공공성을 높였다.

낮병동은 사실상 개원 직후부터 ‘만석’ 행진이다. 광주시 장애인복지과에 따르면 현재 낮병상 28개는 내년 2월까지 진료 스케줄이 이미 꽉 찬 상태다. 내년 3월 이후 입원을 노리는 대기자는 100명 안팎으로, 접수만 해두고 차례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치료 한 번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할 정도다.

센터는 한 번 입원하면 최장 16주, 4개월여 동안 집중 재활치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아동 발달 특성상 한 차수 치료로 끝내기보다, 성장 단계에 맞춰 다음 해나 다음 차수에 다시 입원해 ‘두 번째, 세 번째 재활’을 이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보호자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치료를 쉬는 경우는 있지만, 병원 측이 이전 치료 이력을 이유로 재입원을 막지는 않아 “한 번 이용한 부모들이 다시 찾는” 구조가 되면서 병상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개원 첫해인 올해 낮병동 병상이용률은 대부분 달에 9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운영을 시작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이용률이 97%까지 치솟았고, 2월과 3월에도 96% 수준을 유지하는 등 한 번 문이 열리면 거의 비는 침상이 없었다. 낮병상을 24개에서 28개로 늘린 10월에도 이용률이 80%를 훌쩍 넘기며, 병상 확충이 곧바로 대기자 흡수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광주지역 장애아동 규모를 고려하면 이같은 ‘예약 대란’은 예고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9월 말 기준 광주에 등록된 만 18세 이하 장애아동은 2099명이다. 이 가운데 만 7세 이하가 334명, 만 8세 이상 18세 이하가 1765명으로, 재활치료 잠재 수요층이 두텁다.

여기에 아직 등록하지 않았지만 발달지연과 언어·인지 문제로 재활 상담을 찾는 아동까지 더하면 실제로 공공 재활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어린이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문제는 공간이다. 광주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는 독립 건물이 아니라 호남권역재활병원 1층 일부를 리모델링한 구조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낮병상을 24개까지 뽑아낸 뒤 추가로 4개를 더 늘리면서 “건물 구조상 가능한 최대치”를 만들어 둔 상태다.

건축 용적률과 동선, 주차공간 등을 고려하면 외부 증축은 쉽지 않고, 내부에서도 더 이상 치료실과 병상을 쪼개 넣기 어려운 상황이라 “예산만 늘린다고 당장 병상이 늘어나기는 힘들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병원 안팎에서는 “제2센터나 어린이 전용 재활병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전 등 일부 도시는 처음부터 어린이재활병원을 별도 건물로 지어 운영하고 있어, 광주도 장기적으로는 독립형 공공 어린이 재활시설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남권역 전체의 중증 장애아동을 수용하는 센터로 성장하려면, “지금의 인기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지 말고 다음 단계로 옮겨갈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박영숙 광주시 장애인복지과장은 “올해 처음 문을 연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가 짧은 시간에 낮병상 28개를 모두 채우고도 100명 가까운 아이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상황은, 그만큼 지역 부모들이 공공 재활서비스를 간절히 원해왔다는 방증”이라며 “아이와 가족들이 더 자주, 더 오래 공공재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중장기 병상 확충과 제2센터 설치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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