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공항 올 하반기 착공하는데 흑산공항은 왜 안 되는거냐?
2020년 08월 24일(월) 00:00
흑산도 주민들 형평성 제기 반발
“교통기본권 국가 차원 보장 못하면
차라리 국립공원구역서 제외하라”

신안군 흑산면 예리 산 11번지 일원 54만7000㎡에 연장 1160m, 폭 30m 규모로 계획된 흑산공항 조감도. 흑산공항이 개항하면 서울·부산·광주·무안 등 전국 주요 공항을 1시간에 갈 수 있게 된다. <전남도 제공>

“울릉공항은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는데, 흑산공항은 왜 안 되는거냐? 이럴 거면 흑산공항 부지를 국립공원구역에서 제외해달라.”

흑산도 주민들의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흑산도와 함께 지난 2011년 1월 국토교통부의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 고시에 공항 건설 필요성이 제시된 울릉도가 올 하반기 공항 착공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흑산공항은 울릉공항보다 3년 앞선 2023년 개항을 목표로 했지만 지난 2016년부터 3차례에 걸쳐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 가로막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철새 보호 대책과 국립공원 가치 훼손, 항공기 안전성 등의 이유로 심의 통과를 지연시키고 있다.

섬나라인 일본·필리핀·인도네시아 등은 소규모 공항을 건설해 지역민들의 교통 기본권을 국가 차원에서 보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신안군이 목포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지난 5월 발표한 ‘국외 소형항공기 운항 사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국립공원 내 흑산공항과 유사한 50인승 소형항공기 이용이 가능한 활주로 800∼1500m 규모의 소형공항을 5곳에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발리섬 동쪽 1000여개의 섬으로 형성된 코모도제도 국립공원 내에 코모도공항(1393m)과 롬복국제공항(2750m)을 운항하고 있다.

흑산도를 비롯한 지역민은 울릉공항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울릉공항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1.19로 흑산공항 4.38보다 크게 떨어진다. 사업비도 흑산공항은 1833억원인 반면 울릉공항은 3배를 웃도는 6633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흑산공항은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공항 건설을 위한 행정 절차에 5년 가까이 허비했으며, 착공을 위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울릉도와 독도는 흑산도·홍도(또는 가거도)처럼 지리적 여건과 생태 환경, 영토의 특수성 등이 유사하다. 울릉도의 울릉공항은 국립공원이 아닌 지질공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올 하반기 착공을 앞두면서 흑산도 주민들의 상실감을 키우고 있다. 울릉도와 독도는 환경부가 지난 2004년부터 해상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했으나, 지역주민 94%가 반대해 보류된 상태다.

국립공원위원회는 환경 분야와 별개인 항공기 안전, 경제성을 문제 삼아 흑산공항 건설을 위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보류하고 있다는 점도 주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흑산도 주민들과 신안군, 전남도는 공항 건설을 위한 국립공원위원회 심사 통과가 어렵다면, 흑산공항 예정 부지를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흑산공항대책위원회 정일윤 위원장은 “주민들은 정확히 10년 전 제2차 국립공원 타당성 조사 당시 공항 부지를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공원 구역에 둔 채로 공항 건설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 중단이 길어지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 만큼, 올해 진행 중인 제3차 국립공원 타당성 조사에서는 공항 건설 예정지를 공원구역에서 반드시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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