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꿈도 지역발전 계획도 ‘환경부 심의’ 벽 넘지 못하고…
2020년 08월 24일(월) 00:00
<12> 흑산공항 건설

전남도와 신안군, 흑산공항대책위 관계자들이 최근 국립공원 타당성 조사 추진기획단을 면담, 흑산공항 예정지의 공원구역 해제를 요청하는 모습. <신안군 제공>

전남은 숙원사업이 많은 지역이다. 줄곧 국가 발전 정책에서 소외됐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국가 주도 경제개발에서 전남은 수도권·영남 중심의 소위 ‘경부라인’에서 소외됐고, 2000년대 들어서의 국토균형발전정책에서는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권에 밀려 이렇다할 도약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는사이 기본적인 인프라마저 갖추지 못한 전남의 경쟁력은 날로 하락하고, 청년층 이탈, 고령화 비율 증가, 인구 감소 등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숙원사업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면서 수년째 진척이 없는 흑산공항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8년 공항 건설 논의가 시작된 이후 2011년 정부 계획 반영, 2017년 시공사 선정 등 공항 건설을 위한 제반 여건은 갖춰졌으나, 2016년 이후 3차례나 환경부 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업은 표류하고 있다.

다도해국립공원에 속한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려면 자연공원법에 따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공원 계획 심의(공항 등 공원시설 설치 심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민간측 위원들 일부는 “환경 파괴와 함께 항공기 안전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흑산공항 조기 건설을 약속하면서 한때나마 대통령 임기 내 공항 개항이 기대됐지만,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 조기 건설 기대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섬과 육지를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에 더해 소형 항공기라는 ‘신식’ 교통편 도입 계획으로 영글었던 낙도의 희망도 사그라들고 있다.

이정수 신안군 흑산공항지원단장은 “국립공원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주민들이 떠나가고 아무도 찾지 않는 섬이라면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전향적 판단을 촉구했다. 흑산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일부 교수·환경보호론자들은 “흑산공항 건설은 주민들 뜻이 아니다”, “흑산도 발전에 공항이 보탬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흑산주민 절대 다수는 공항 건설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흑산도 한편에 소형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소형 공항이 들어서면 서울과 부산, 인천, 광주 등 주요 도시를 1시간 안에 연결할 수 있어 주민들 응급상황 대처에 용이하고, 관광객 유입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7년 5월 신안군이 실시한 ‘흑산공항 건설’ 관련 여론조사에서 주민들은 압도적으로 흑산공항 건설에 찬성했다. 응답자 838명 가운데 77%인 645명이 흑산공항 건설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3.7%(31명)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흑산 주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흑산공항 건설로 “관광객이 늘고 지역경제가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흑산공항 건설을 위한 사실상 최종 관문격인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주민들의 뜻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그동안 흑산도를 비롯한 전남 섬지역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묶여 개발 행위를 제한받았으며, 낙후된 정주 환경에서도 재산권 행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며 수십년간 참고 살아왔다는 점을 살펴달라고 당부한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더불어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호남권 간담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와 여당이 낙후된 전남 발전과 섬주민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흑산공항 건설에 힘을 실어 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흑산공항과 홍도·흑산도를 포함한 경관 수려한 섬자원을 앞세워 전남 관광의 새 장을 열어 뒤처진 지역 경제를 일으켜보자는 게 전남의 바람이지만, 정부는 일부 반대 목소리를 의식한 듯 대통령 공약사항임에도 흑산공항 추진에 주저하는 분위기다.

흑산도는 육지를 오가는 여객선이 운항 중이나 기상 악화 등의 이유로 연평균 52일은 뱃길이 통제되고 있다. 반나절 통제를 포함하면 연간 최대 115일은 여객선이 멈춰선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맑은 날을 골라 목포에서 94㎞ 떨어진 흑산도까지 2시간을 여객선에 몸을 맡겨기고 있다. 불편한 교통 여건에도 해마다 흑산도와 홍도 등 흑산도 부속도서를 찾는 관광객은 30만명을 헤아린다.

국토교통부(서울지방항공청)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신안군 흑산면 예리 산 11번지 일원 54만7000㎡에 연장 1160m 폭 30m의 소형 공항을 짓는 계획을 수립, 2016년 흑산공항 건설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계획에 반영해달라고 환경부에 요청했다. 50인승 소형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규모로, 공항이 국가 기간시설인만큼 사업비 1833억원은 국비로 충당한다.

흑산공항 건설을 위한 행정 절차는 앞서 2011년 1월 국토교통부의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반영되면서 본격화됐다. 같은 해 9월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시행령(제2조)을 개정, 국립공원 섬지역에 설치하는 활주로 1200m 이하 공항을 공원시설에 포함시켰다. 흑산공항 건설 사업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어 2013년 7월 사업 추진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4.38로 나왔다. 공항건설과 운영에 100원을 투입할 경우 얻어지는 이익은 438원이라는 의미로, 통상 B/C값이 1이 넘으면 최소한의 사업성을 확보한 것으로 간주된다. 우수한 사업성, 섬 주민·관광객 응급상황 대처 강화는 물론 중국 불법 조업 어선 단속을 비롯한 서남해 해양 주권 수호 등 흑산공항 건설에 따른 잇점이 많아 전남도는 문 대통령 임기 내 조속히 착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측은 환경파괴, 항공기 안전 우려 등을 제기하지만, 철새들을 위한 대체 서식지 조성, 항공 안전성 검증 등 관련 준비는 모두 마무리됐다”며 “국립공원위원회도 이제는 섬 주민 정주 여건 향상 등 흑산공항 건설로 얻어지는 여러 잇점들을 고려해 전향적으로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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