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 부동산 : 야산·농경지·들판…소유하고픈 인간의 욕망
2020년 07월 30일(목) 00:00

게인즈버러 작 ‘앤드루스 부부’.

최근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대폭 올리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온 나라가 술렁이고 있다.

우리 같은 서민들에겐 보유세가 남의 일이라 관심이 덜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집약된 것으로 파악하고 아예 ‘부동산 사태’로 접근하는 태세다.

과문하기도 해서 먼발치서 보기에 부동산 문제는 시장기능을 활용한다면 효과적인 정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투기를 규제하기 위해 더 많이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다보니 해법은 멀어져가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풍요를 추구하고 물질적 여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그림에서도 드러난다.

영국 출신의 토마스 게인즈버러(1727~1788)의 ‘앤드루스 부부’(1750년대 작)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이 그림은 어느 부유한 귀족부부의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다.

이 그림은 기품 있는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로 유명했던 게인즈버러가 고향 친구인 로버트 앤드루와 부인 프란시스 카터의 부탁으로 완성한 결혼 기념 초상화로 초상화 못지않게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풍경 묘사가 더 핵심이다.

초상화의 배경에 그려진 풍경을 보면 야산과 농경지, 들판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추수가 끝난 후의 깨끗한 밭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고 멀리 뒤편으로 울타리를 친 후 그 안에 방목하고 있는 양들도 보인다.

앤드루 부부는 최신식 로코코풍의 화려한 옷을 입고 한껏 멋을 부리고 부자가 아니면 지닐 수 없는 장총 등의 소품을 통해 부유한 지주 계급임을 과시한다. 화폭 안에 펼쳐진 광대한 사유지도 그런 맥락이다.

앤드루 부부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자신들의 모습 뿐 아니라 그림의 대상 즉,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땅을 매일 확인하는 기쁨을 만끽했을 것이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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