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대검 파국 막았지만 갈등 불씨 여전
2020년 07월 09일(목) 20:00
윤석열, 추미애 지휘권 수용... 중앙지검 ‘검언유착’ 독립 수사
이달말 검찰 정기인사 예정... 인사 폭 놓고 재충돌 가능성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입장문 가안을 입수, 페이스북에 올렸다 삭제한 것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서 자체적으로 수사하게 됐다는 내용의 대검찰청 발표를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수용 의사로 받아들이면서 파국으로 향하던 법무부-대검 갈등은 1주일여 만에 잠잠해질 전망이다. 반면, 이달 말 검찰 인사 때 재충돌 가능성도 커지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은 9일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이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한다는 명시적 언급은 없었으나, 장관의 수사지휘로 해당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이미 상실된 상태라는 대검 발표 내용은 장관 지휘가 사실상 관철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은 전날 김영대(57·사법연수원 22기) 서울고검장이 수사팀을 포함해 ‘독립적 수사본부’를 꾸리고 수사 결과만 보고받겠다는 절충안을 건의했지만, 추 장관이 곧바로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대검은 전날 추 장관이 최후통첩을 하면서 고지한 시한인 이날 오전 10시 전 추가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파국을 막았다. 대검은 “수사지휘권 상실 상태가 이미 발생해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앞서 2일 윤 총장이 소집한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 중단과 함께 수사팀이 대검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하라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후 1주일 동안 양측 간의 치열한 신경전과 함께 갈등이 고조됐지만, 결과적으로 윤 총장이 물러서면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 내용이 거의 그대로 이행된 셈이 됐다.

이에 따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정현 1차장-정진웅 형사1부장’의 기존 수사 지휘라인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그대로 이어가게 됐다. 대검 등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관련자 소환조사,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를 진행하고 기소 여부도 판단하게 된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고심하다가 6일 만인 전날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 방안을 해법으로 내놨다.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 자체가 위법·부당하다고 비판해온 다수 검사장의 의견을 고려하면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선 한발 물러선 것으로 분석됐다.

‘검언유착’ 사건 수사를 둘러싼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듯하지만 올 1월 추 장관 취임 직후부터 이어온 법무부와 대검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격렬한 전투 끝에 일시 휴전 상태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달 말로 예정된 검찰 정기인사에서 양측이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추 장관은 취임 직후 윤 총장의 측근 참모진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의혹 수사를 지휘한 박찬호 공공수사부장과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등이 좌천됐다.

당시 추 장관과 윤 총장은 검사장 인사안에 대한 검찰총장 의견 청취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를 검토한다는 말도 나왔다. 이번 인사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오광록 기자 kroh@·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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