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악에 터전…기회의 땅 전남 ‘비상’ 날개 펼치다
2020년 02월 24일(월) 00:00
<1> 서남해안 시대의 개막, 남도 새 옷을 입다
1993년 YS 담화통해 도청이전 발표
시·군 간 합의로 1998년부터 본격화
109년 만에 남악으로…2005년 개청
행정기관 연계 사업체들 추가로 이전
인구유입·세수확보·상권활성화 효과

목포시 옥암동과 무안군 삼향읍 일원 14.5㎢(440만평)에 건설된 남악신도시. 오른쪽 높은 건물이 전남도청사이다. 전남개발공사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남악신도시에는 6만여명의 인구가 유입됐고 입주 기관은 45개에 이른다. <광주일보 자료>

전남의 서남해안시대는 남악신도시 건설과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륙 거점인 광주에 자리한 전남도청이 바다에 인접한 남악으로 이전하며 신도시를 건설하고 행정중심축을 옮겨오면서 비로소 전남이 서남해안에 집중할 수 있었다. 군사정권 주도의 산업화에서 철저히 소외된, 긍정적으로 보자면 미래를 위해 아껴둔 땅 전남이 남악신도시 건설로 서남해안 시대를 열고, 새천년 비상을 위한 개발 신호탄을 쏜 것이다.

109년간의 광주시대 접고 무안군 삼향읍 오룡길 1번지에 건설된 전남도청사. <광주일보 자료>
◇가자 서남해안으로, 남악신도시 건설= 전남도청 이전 여론은 1986년 11월 광주시 분리 이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도청 이전 여론은 1993년 5월 13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5·18민주화운동 특별 담화’를 통해 구체화됐다. 김 전 대통령은 담화에서 “전남도청은 5·18기념공원으로 조성하고, 도청은 관내로 이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대통령 담화로 도청 이전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으나 좀처럼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전남 시·군 간 도청 유치를 위한 경쟁이 과열됐고, 이로 인한 지역 갈등이 빚어진 탓이다. 급기야 광주·전남 재통합 여론까지 대두되면서 도청 이전 여론은 시들해졌다. 그러나 도민들의 도청 이전에 대한 염원, 전남 발전을 위한 시·군간의 합의, 전남도의 결단으로 1998년부터 이전 사업이 본격화됐다.

신도청 입지는 16개 후보지 가운데 접근성·지리조건·미래 발전성·광주시와의 연계도·풍수사상 등을 고려해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가 최종 낙점됐다.

도청 이전을 포함한 남악신도시 건설이 추진됐다. 목포시 옥암동 및 무안군 삼향읍 일원 14.5㎢(440만평)에 총사업비 2조3684억원을 투입해 인구 15만의 신도시를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2000년 시작해 오는 2021년까지 추진된다. 남악·오룡지구는 전남개발공사, 옥암지구는 목포시가 사업시행을 맡았다.

지역특유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자연이 어우러진 도시로 건설하기 위해 수(水)공간 및 녹지공간 연계계획, 30% 이상의 녹지율 확보, 버스전용도로 시스템 도입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계획 개념이 마스터플랜에 담겼다. 개발면적 363만3000㎡에 3만3000명을 수용하는 남악지구는 2013년 준공됐다. 276만㎡7000㎡의 개발면적에 2만4670명 거주 가능한 오룡지구는 오는 2021년말 준공 예정이다.

1993년 전남도청 이전 후보지 선정 당시 무안군 삼향읍. <도청이전백서>
◇109년 광주시대 접고, 신도청사 개청 = 남악신도시에 들어선 신 도청사에서 전남도는 2005년 11월 11일 개청식을 열고 업무를 개시했다. 지난 1896년 나주목(羅州牧)에서 광주군으로 도청 소재지가 옮겨온 이후 109년만에 광주시대를 접고 남악 시대를 열었다. 신 도청사는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 1000번지 일원 오룡산 자락에 부지 7만113평, 지상 23층, 지하 2층, 높이 106m 규모로 조성됐다.

행정동은 22개 시·군과 남악 새도시를 상징하는 23층이다. 꼭대기층에 월출산 유달산 영산호 등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한옥 양식을 살린 민원동에는 각종 주민행사와 국제회의가 가능한 1000석짜리 다목적 강당이 들어섰다. 7층짜리 의회동에는 투명한 민주주의 절차를 형상화한 유리지붕이 설치됐다. 신청사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 동부지역 7개 시·군 주민들을 위한 동부출장소는 순천에 들어섰다. 도청 이전에는 모두 1687억원이 들어갔다.

◇남악 거점의 전남 발전 계기 마련=전남개발공사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남악신도시에는 6만여명의 인구가 유입됐다. 신규 주거지구 조성, 유관기관의 개청·개원으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남악신도시에 입주한 기관만 현재 전남도청·전남교육청·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전남경찰청·서해지방경찰청 등 45개에 이른다. 신도시 개발 15년이 지난 현재 중심상업지구는 활기를 띠고, 남악신도시는 명실상부한 전남의 새 행정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남악신도시는 낙후된 서남권의 신성장 거점으로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행정기관 종사자의 이주뿐 아니라 행정기관과 연계한 각종 사업체의 추가 이전으로 인구 유입, 세수 확보, 상권 활성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악신도시 건설은 전남이 주체가 돼 대규모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민선 방자치단체가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입지 선정 및 건설 과정에서 불거진 시·군간 갈등과 반목을 슬기롭게 극복했으며, 개발 행정의 노하우와 경험을 통해 향후 각종 개발사업과 기반시설 설치에 나설 근간을 마련했다.

김철신 전남개발공사 사장은 “전남도청과 교육청, 경찰청 등 유관기관이 이전하고 각종 시설이 들어서면서 남악신도시는 명실상부한 전남의 행정경제교육의 중심도시로서 자리매김했다”며 “전남개발공사는 남악신도시의 마지막 사업지구인 오룡지구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남악신도시가 21세기 전남 발전을 주도할 지식산업기반 및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교류 거점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업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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