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교칙 사이 고교생 유권자들 ‘혼란’
2020년 02월 19일(수) 00:00 가가
광주·전남 고교 90여곳 학생 정치활동·정당가입 금지 및 징계
최고 퇴학까지…시대 흐름 못 읽는 30~40년 전 교칙 개선 여론
최고 퇴학까지…시대 흐름 못 읽는 30~40년 전 교칙 개선 여론
선거법개정으로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지만 학생들의 정치활동·정당가입을 금지하거나 징계하는 수십 년전 교칙을 상당수 학교들이 고수하면서 고3학생과 교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만 18세 이상 청소년이면 사회 분별력과 정치 의식 수준이 투표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하다는 국민적·정치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선거연령이 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고교들이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안일하게 30~40년 전 교칙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고교들이 정치활동·정당가입 금지 수준을 넘어 퇴학 처분까지 할 수 있도록 교칙에 명시한 것은 유신시대 고교생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이 시대가 지나도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시·전남도 교육청 등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209개 고교 가운데 90여 개교 이상의 교칙(학교생활인권규정)에 정치 활동·정당 가입 금지 및 징계 조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회 외에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회단체를 조직하거나 가입 및 활동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물론 정당 가입이나 정치 활동을 하면 학교장이 선도위원회 등에 회부해 징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광주시 북구의 한 사립고는 교칙에 정치 활동 금지 항목을 두고 생활교육규정 징계 조항에 따라 정치에 관여한 학생에 대해 최고 퇴학 처분까지 하도록 하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의 한 공립고도 학생자치회 구성 규칙으로 ‘학생회의 회원은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으나, 정당 또는 정치적 성향을 띤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활동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치 관여 행위에 대한 징계 기준 역시 최고 징계가 퇴학으로, 시험 부정보다 처벌이 무거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교칙이 정당법 위반이기도 하고 민주의식 함양을 위한 유권자 교육을 통해 정당한 정치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는 민주·인권교육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당법 제22조 1항(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은 다른 법령이 신분을 이유로 정당 가입이나 정치활동을 금지하더라도 국회의원 선거권자라면 누구나 정당의 발기인과 당원이 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고교에서는 ‘일부 학생에게만 선거권이 부여된데다 학생이라는 특수신분으로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을 모두 허용하는 것이 맞느냐, 선거권을 가진 일부 고3이 입시에 치중하지 정치활동에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다’라는 의견도 있어 혼선을 겪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현행법과 학교 규칙의 대립으로 법률 다툼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고3이 사실상 정치활동을 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고교생 정치활동 징계 규정은 사문화된 만큼 삭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경미 광주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일선 학교에 공직선거법에 따른 교육자료를 보내 학생유권자의 정치활동(정당 가입 등)을 금지하고 있는 학생생활수칙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개정할 수 있도록 전체 고등학교에 안내한 상태”라면서도 “개정된 선거법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학생유권자의 올바른 선거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많은 학교가 규정을 개정하지 않은 것은 관리감독기관인 교육청과 각 학교의 의지 부족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시·도교육청은 학교의 교칙이 조속히 개정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권을 갖는 고등학교 재학생 유권자는 광주 5300여 명, 전남 6000여 명으로 총 1만 13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만 18세 이상 청소년이면 사회 분별력과 정치 의식 수준이 투표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하다는 국민적·정치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선거연령이 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고교들이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안일하게 30~40년 전 교칙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고교들이 정치활동·정당가입 금지 수준을 넘어 퇴학 처분까지 할 수 있도록 교칙에 명시한 것은 유신시대 고교생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이 시대가 지나도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교칙이 정당법 위반이기도 하고 민주의식 함양을 위한 유권자 교육을 통해 정당한 정치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는 민주·인권교육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당법 제22조 1항(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은 다른 법령이 신분을 이유로 정당 가입이나 정치활동을 금지하더라도 국회의원 선거권자라면 누구나 정당의 발기인과 당원이 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고교에서는 ‘일부 학생에게만 선거권이 부여된데다 학생이라는 특수신분으로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을 모두 허용하는 것이 맞느냐, 선거권을 가진 일부 고3이 입시에 치중하지 정치활동에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다’라는 의견도 있어 혼선을 겪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현행법과 학교 규칙의 대립으로 법률 다툼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고3이 사실상 정치활동을 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고교생 정치활동 징계 규정은 사문화된 만큼 삭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경미 광주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일선 학교에 공직선거법에 따른 교육자료를 보내 학생유권자의 정치활동(정당 가입 등)을 금지하고 있는 학생생활수칙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개정할 수 있도록 전체 고등학교에 안내한 상태”라면서도 “개정된 선거법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학생유권자의 올바른 선거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많은 학교가 규정을 개정하지 않은 것은 관리감독기관인 교육청과 각 학교의 의지 부족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시·도교육청은 학교의 교칙이 조속히 개정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권을 갖는 고등학교 재학생 유권자는 광주 5300여 명, 전남 6000여 명으로 총 1만 13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