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기록자 헤닝 만켈 지음, 이수연 옮김
2020년 02월 07일(금) 00:00
두 아이가 있다. 하나는 이야기를 하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를 하는 아이 넬리우는 도시의 어느 광장 버려진 동상 안에 산다. 그에 반해 열대의 밤하늘을 보며 이야기를 듣는 조제 안토니우 마리아 바스는 지붕 위에 서서 외롭게 밤하늘을 바라본다. 소설은 넬리우가 총상을 입고 지붕 위에 누워 있던 9일간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제 겨우 열 살인 아이에게 누가 총을 쏘았을까.

지난 2015년 67세로 타계한 스웨덴의 작가이자 연극연출가 헤닝 만켈. 1986년 모잠비크에 극단을 세워 아프리카 현실과 고통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 몰두했으며 그의 작품은 4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됐다. 이번에 국내에서 발간된 그의 소설 ‘바람의 기록자’는 내전으로 피폐해진 아프리카 아이들의 투쟁 같은 삶을 그렸다.

알려진 대로 작가는 스웨덴 태생이지만 삶의 많은 시간을 아프리카에서 보냈다. 그는 “모잠비크의 훌륭한 사람들은 위엄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잃지 않고 엄청난 불행을 감내했다. 진보와 발전에 대한 의지 또한 굳건했다. 모잠비크는 굴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작품은 비가 세차게 내리던 어느 날 새벽, 한 발의 총성이 정적을 깨뜨리는 장면을 매개로 펼쳐진다. 밤 근무 중이었던 조제는 총소리에 놀라 어두운 극장으로 뛰어간다. 텅 빈 공간 누군가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제각각 다른 층위의 존재인 것 같지만 9일 간의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섞여든다. 이면에는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며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작가의 생각이 드리워져 있다. <뮤진트리·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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