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의 법칙
2020년 02월 06일(목) 00:00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로 유명한 중세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성당에서 지겨운 설교를 듣다가 일정한 속도로 흔들리는 샹들리에를 쳐다봤다. 그는 집에서 몇 차례 실험한 뒤 할아버지의 시계를 발명해 냈다. 나중에는 다시 실험을 통해 진자의 진동 주기가 진자의 무게나 진동 폭과 관계없이 오직 진자의 길이에만 비례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냈다. 일상에서의 다양한 현상들을 과학으로 설명한 그는 관성(慣性)이라는 개념도 아이작 뉴턴보다 일찍 파악했다.

갈릴레오는 물체의 운동에 있어서 시간의 변화율 즉 속력·속도·가속도를 주목했다고 한다. 수평면을 굴러가는 금속구가 정지하는 이유는 수평면의 마찰력과 공기 저항 때문이며, 면이 매끄러울수록 더 먼 거리에 다다른다는 것을 알아챈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그러한 것들이 없다면 금속구는 영원히 굴러갈 것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이것이 바로 관성의 개념이다. ‘관성의 법칙’은 1687년 뉴턴의 발표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물체만이 아니라 개인·단체·기업 등도 기존에 하던 대로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다만 관성이나 타성(惰性)에 젖어 있다고 하는 말에는 사고나 행동에 새로움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최근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각 분야에서 개혁·혁신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 또한 과거와 다른 새로움을 창출하지 못해서는 미래 비전 역시 없다는 사실을 모두들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4·15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권은 새로움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인재 영입과 전략 공천 등에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물갈이’를 바라는 염원에 비해서는 양적·질적으로 미흡하고, 선별 과정에서 주는 감동도 시원찮다. 아마도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바라는 것은 관료나 대기업 및 기존 정치인을 포함한 기득권 세력의 관성을 멈추게 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새로운 인물의 발굴일 것이다.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당과 후보자들을 가려내 심판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유권자들의 행동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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