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하는 한국
2020년 01월 13일(월) 00:00
“누군가가 다른 사람 자식의 눈을 상하게 했다면, 그의 눈을 상하게 한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렸다면, 그 사람의 뼈를 부러뜨린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종의 눈을 상하게 했다면, 그 가치의 절반을 지불한다. 누군가가 그와 동등한 지위인 사람의 이빨을 부러뜨렸다면, 그의 이빨을 부러뜨린다.” 기원전 175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의 왕 함무라비가 편찬한 법전의 내용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이 법전에서 비롯된 것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권이나 형벌에 관한 개념이 미처 정립되지 못한 시절,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같은 방법으로 보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는 부족과 같은 소규모 집단 구성원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전 지구촌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이 같은 형벌 제도는 특히 이슬람권에서 요즘에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슬람 법학자들은 7세기 이후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개념을 율법인 ‘샤리아’에 도입해 구체적인 처벌 규정을 만들었다. ‘받은 방식 그대로 되갚는다’는 뜻의 ‘키사스’(Qisas)가 그것인데, 이란과 파키스탄 등지에서는 아예 법제화되어 있기도 하다. 특히 이란의 경우 형법에 명시된 ‘생명의 키사스’에 근거해 살해 피해자의 가족이 법원에 가해자의 사형을 요청할 수 있으며, 피해자 가족들은 사형 집행에도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이란과 미국 간의 분쟁 진행 과정을 보면, ‘받은 대로 갚는’ 키사스의 정신도 ‘강력한 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찜찜한 생각이 든다. 자국의 사령관을 살해한 미국이 ‘피해의 몇 배로 갚는다’는 의미의 ‘불균형적 대응’을 천명하고 나서는 데도 ‘의도되고 조율된’ 공격 외에는 특별한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서다.

G2로 꼽히는 중국마저도 무역 전쟁에서 미국에 손을 든 것을 보면 이란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건국 이래 처음으로 ‘슈퍼 갑’미국을 상대로 ‘할 말은 하는’ 우리 정부가 조금씩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힘은 국민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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