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쉼’
2019년 12월 19일(목) 04:50
언제나 찾아가 쉴 수 있는 ‘숲’이 회사 가까이에 생겼다. 숲속에 들어서니 한여름 풍광이 펼쳐진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하늘이 내다보이고, 연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마음이 맑아진다.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와 새소리에 귀 기울이고,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햇살을 보고 있으니 눈이 부시다.

한겨울에 이런 풍광을 만날 리 없다. 그러니 내가 체험하는 건 ‘진짜 숲’이 아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1관에서 만난, ‘검은 강, 숨은 숲-6 Sense’라는 작품 속의 숲이다. 영상과 미디어아트를 접목해 작업하는 홍순철 작가는 아시아문화원 ACT 기획 팀과 함께 4층 높이 700평 규모의 창조원에 숲을 펼쳐 놓았다. 5m 높이의 검은 고목이 서 있는 공간 위로 열 개의 대형 스크린이 걸렸는데, 다채로운 숲과 늪지 풍경이 스크린으로 쏟아진다. 다른 쪽 바닥에는 9m60cm 규모의 워터스크린을 깔고 사운드 시설을 설치했다. 천정에 떠 있는 스크린에 흐르는 영상이 물 위에 비치기도 하고, 때로 독자적인 영상이 상영되기도 하는데, 참 아름답다.

“우리는 외부와 연결된 ‘감각의 확장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지만 결국은 ‘감각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질문을 던지는 홍 작가는 새롭게 듣고, 보고, 냄새를 맡고, 피부로 ‘감각’하는 경험을 관람객들에게 전하려 한다고 했다.

영상에 흐르는 숲은 나주 죽설헌(竹雪軒)이다. 4년 전 처음 죽설헌을 찾았던 작가가 모든 것을 새롭게 감각하게 해 주었던, ‘강렬했던 그 체험’을 기억하고, 올여름 내내 죽설헌에서 작업한 촬영물이다. 스크린 중 한 곳에서는 ‘지금’ 죽설헌의 모습도 보인다.

죽설헌은 박태후 작가가 혼자 47년간 가꾼, 1만2000여 평 규모의 개인 숲으로 인위적이지 않은 야생의 느낌이 매력적인 공간이다. ‘생활명품’의 사진작가 윤광준이 신작 ‘내가 사랑한 공간들’에서 “죽설헌의 아름다움은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에서 온다”고 쓴 것처럼 말이다. 전시장에서는 빈백(beanbag)에 눕거나 앉아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숲속 체험은 내년 1월27일까지 가능하다. /김미은 문화부장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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