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세자매 모습 현대인 삶과 겹쳐져”
광주시립극단, 21~23일 ‘세자매’공연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 대표작
연출 김지훈 “삶의 방식 표현에 중점”
2019년 11월 18일(월) 04:50

오는 21일~23일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세자매’에 출연하는 주연배우들과 연출가. 왼쪽부터 박예진·조윤정·김지훈 상임연출·양선영 배우.

“우리에게 행복은 없고 오지도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행복을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 14일 오후 광주문화예술회관 시립극단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에서는 심오한 대사들이 흘러 나왔고, 배우들은 계속되는 연습에도 지친 기색 없이 연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광주시립극단(예술감독 나상만)이 14번째 정기공연 작품으로 선택한 희곡은 안톤 체호프(1860~1904)의 ‘세자매’다. 21~22일(오후 7시30분) 23일(오후 3시·7시30분)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인 ‘세자매’는 1901년 모스크바 예술극장 초연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연극, 영화, 드라마 등으로 제작됐다. 19세기 말 러시아 중산층의 무기력하고 음울한 삶을 그리면서 세 자매 올가, 마샤, 이리나와 그들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꿈과 이상, 사랑과 배신과 좌절을 담은 작품이다.

연습 후 휴식시간,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광주시립극단 김지훈 상임연출과 세자매를 연기하는 배우 양선영(올가 역), 박예진(마샤 역), 조윤정(이리나 역)씨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배경은 계급사회 붕괴 등으로 혼란스러운 19세기 러시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욕망을 가지고 있어요. 세 자매는 주어진 현실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고 해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죠. 이번 작품은 자매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김 상임연출은 “연극 ‘세자매’ 속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현실을 살고있는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다”며 “10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주인공들과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겹쳐진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세자매’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방식으로 연기하고 있을까.

“첫째 올가는 중학교 교사예요. 일보다는 결혼을 원하지만 노처녀로 늙어가요. 이 작품에서 올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무엇을 추구하고 살아가는지 등에 대해 잘 파악하는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것들을 통해 작품의 가장 큰 주제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게 배우가 할일이니까요.”(양선영)

“체호프의 ‘세자매’는 대표적인 고전 작품인데 고전이라고 하면 관객들이 많이 어려워해요. 재미에 중심을 둔 상업 연극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은 내용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기 때문에 쉽게 다가가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래서 작품을 고전스럽지 않고 어렵지 않게 관객들한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드라마 한편 보듯이 잘 공감할 수 있게 연기하며 작품을 보여드리는게 목표예요.”(박예진)

셋째 이리나 역의 조윤정씨는 “오디션 후 두달간 이리나로 살고 있지만 관객들한테 어떻게 작품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리나를 연기하면서 체호프가 이리나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것이 무엇이었을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러시아 작품이다보니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어요. 러시아에는 한국과는 다른 술문화, 차문화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관객들한테 이런 문화를 잘 보여주고 이해시킬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조윤정)

세 자매는 모스크바에서 자랐지만 아버지의 이직으로 지방도시로 거처를 옮긴다. 그 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모스크바를 동경한다. 세 자매가 그토록 가고싶어하는 ‘모스크바’는 어떤 곳일까. 김 상임연출은 ‘모스크바’를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화려한 시절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꿈꾸는 미래일 수도 있는 ‘유토피아’라고 설명했다.

“‘모스크바’에 대해 처음엔 로또복권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당연히 전혀 다른 존재지만요. 사람들은 로또에 당첨되길 바라면서 당첨됐다는 가정을 하고 행복한 상상을 하며 계획을 세우지요. 하지만 당첨되지 않았다고 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진 않잖아요. 하루하루 열심히 삶에 충실하며 사니까요.”

세 자매에게 ‘모스크바’란 암울한 현실의 유일한 출구를 상징한다. 과연 이들은 모스크바로 갈 수 있을까. 김 상임연출은 작품의 결말에 대해 ‘열린결말’로 설정했다며 “그들의 삶이 더욱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니면 꿈꾸는 행복한 삶을 성취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열심히 또 하루를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선영씨는 “공연이 일주일 남았다. 연습이 부족한건 아닐까 초조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빨리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기도 하다”며 “배우는 내 연기가 100점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배우를 그만둬야한다고 생각하는데 100점짜리 올가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고전작품이지만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인생관과 가족관을 반영하고 있어요. 현재의 우리가 겪는 고독과 우울, 고난 그리고 추구하는 이상 등을 그렸지요. 이러한 부분이 관객들한테 전달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와 함께 세 자매의 우애와 즐거움도 함께 느끼시길 바랍니다.”(박예진)

전석 1만원.(학생50%)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