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한트케 노벨문학상 수상 논란
“90년대 ‘인종청소’ 밀로셰비치 옹호”
美 펜클럽·코소보 피해자들 취소 요구
한림원 “문학적·미학적 기준 선정”
공동수상 토카르추크 등 작품판매 급증
2019년 10월 14일(월) 04:50

페터 한트케

올가 토카르추크


















오랫동안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76)의 선정을 두고 비판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문단에서는 한트케의 선정에 대해 대체로 ‘수상할 만한 작가가 선정됐다’는 공감이 있는 반면, 그의 역사 인식과 처신에 비판적이었던 단체는 취소 요구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한트케는 1990년대 유교 내전 당시 ‘인종 청소’로 악명이 높았던 밀로셰비치(1941~2006)를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밀로셰비치는 유고 연방에서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주창해 내전에 불씨를 당긴 인물이다. 당시 알바니아계 인구가 대다수인 코소보는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독립을 요구했지만 참혹한 내전에 휩싸였다. 당시 밀로셰비치는 알바니아계 ‘인종 청소’를 주도해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사실 한트케는 오랫동안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로 오를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가였다. 그러나 언급한 대로 정치적인 논란으로 지금까지 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이번 선정에 대해 코소보 내전의 피해 당사자들과 각계에서는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문학상 표현의 자유 옹호단체인 미국 펜클럽은 성명을 통해 “전 세계에 민족주의와 권위주의적 지도력, 광범위한 허위정보가 기승을 부리는 시점에 (그의 수상자 선정이) 문학계의 기대에 못 미친다”며 “노벨위원회의 문학상 선정에 깊이 유감”이라고 밝혔다.

코소보에서 출생한 젠트 카카즈 알바니아 외무장관도 “인종청소를 부인하는 인물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하다니 끔찍하다”며 “2019년에 우리가 목격하는 이 일은 얼마나 비열하고 부끄러운 행태인가”라고 비난했다. 코소보의 블로라 치타쿠 미국주재 대사는 트위터에서 “훌륭한 작가들이 많은 세상에서 노벨위원회는 하필 인종적 증오와 폭력의 옹호자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것은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이 같은 한트케에 대한 비판은 지난 2006년 전범 재판을 기다리던 중 숨진 밀로셰비치 장례식에서 장례식 조사를 읽은 행태도 원인이 됐다. 한트케는 당시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밀로셰비치는 영웅이 아니고 비극적인 인간”이며 “나는 작가일 뿐 재판관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AFP 통신에 이번 문학상 선정에 대해 “스웨덴 한림원이 그 같은 결정을 한 것은 매우 용기 있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거주하는 한트케는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림원은 “인간 체험의 주변부와 개별성을 독창적 언어로 탐구해 영향력 있는 작품을 썼다”며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으며, 이번 논란에 대해서도 “이 상은 정치적 상이 아니라 문학상이다. 문학적이고 미학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선정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 수상자 한트케와 공동 수상자 폴란드 출신 올가 토카르추크의 국내 작품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24에 따르면 수상 발표 이후 2일간(10일 오후 8시~11일 오후 1시) 한트케의 ‘관객모독’ 100권, 토카르추크 ‘태고의 시간들’이 152권 판매됐다. 이들 작품들은 수상 발표 직전 일주일 간 판매량은 ‘관객 모독’이 1권, ‘태고의 시간들’이 1권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상 발표 이후 국내 출간된 한트케 저서 판매량이 288권, 토카르추크는 222권을 기록했다.

한트케의 책은 자전적 성장소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관객 모독’, ‘소망 없는 불행’ 등 모두 8종이 팔려나갔다. 아울러 토카르추크는 ‘잃어버린 영혼’, ‘태고의 시간들’ 등 모두 3종이 판매됐다. 예스24는 2018, 2019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와 역대 수상작가들의 책을 모아 소개하고, 해당 도서를 3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들에게 ‘바케트 에코백’을 증정하는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교보문고 또한 두 수상 작가의 작품의 선정 발표 이후(11일 오후 2시 기준) 전체 500여 부 가 판매됐다고 밝혔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와 ‘태고의 시간들’이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예약판매 중인 토카르추카의 ‘방랑자들’도 국내에 첫 소개 될 예정이어서 노벨문학상 이슈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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