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시대, 문화관광을 키우자 <6> 경기도 안양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도시의 색깔을 바꾸다
국내 최초 공공예술 트리엔날레
근대건축계의 거장 ‘김중업건축박물관’
대표건물 축소 모형·도면 등 100여점 전시
자연·예술 어우러진 ‘안양예술공원’
예술도서관 ‘파빌리온’ 시작으로 스탬프투어
산책길 작품 감상… 한낮·달빛투어 재미
2019년 06월 17일(월) 04:50

안양예술공원의 대표작인 네덜란드 건축가 그룹 MVRDV의 ‘전망대’. 삼성산의 등고선을 연장해 산의 높이를 확장한 작품으로 전망대 길을 따라 오르면 안양예술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1957년 고 김중업 건축가 설계한 옛 안양유유산업의 공장 건물. 현재는 김중업 작가의 건축 설계도와 대표작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3년에 한번씩 열리는 트리엔날레로 도시의 색깔을 바꾼 곳이 있다. 경기도 남부에 위치한 인구 65만 명의 안양시다.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공업도시로 명성을 떨쳤지만 80년 대 이후 수도권 규제 강화로 유망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급격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국내 최초의 공공예술 트리엔날레인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nyang Public Art Project·이하 APAP)가 창설되면서 문화와 건축,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관광의 도시로 변신했다. 특히 초창기부터 국내외 작가들이 출품한 조각작품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도시 전체가 거대한 예술공원으로 거듭났다. 시민들의 발길이 끊겼던 삼성천변의 유원지는 시민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 문화쉼터로, 어머니의 품 같은 삼성산과 관악산은 대형야외조각과 건축물이 숨쉬는 ‘지붕없는 미술관’이 됐다.

안양의 관광 1번지인 안양예술공원으로 가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삼성산 자락에 자리한 김중업건축박물관이다. 옛 유유산업부지 1만6천243㎡에 6개동 연면적 4천596㎡ 규모로 건립됐다. 1957년 고 김중업(1922~1988) 건축가가 설계한 안양유유산업 공장건물의 일부를 개조해 박물관으로 꾸민 곳으로 안양예술공원과 관악산 둘레길로 이어지는 ‘APAP 예술숲 산책’의 초입이다. 6동의 공장건축물이 들어선 이 곳은 산업도시의 전성기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안양시가 ‘불꺼진’ 공장에 주목한 건 한국 근현대 건축의 흐름을 보여주는 역사성 때문이다. 1950년대 말 산업화 과정이전의 건축물이지만 건물 곳곳에 조형미를 가미한 독특한 아우라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중업 건축가는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이자 프랑스 거장 르 코르뷔지에를 사사한 첫 번째 한국인이다.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주한 프랑스대사관, 유엔기념공원 정문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근대건축의 기능주의와 표현주의를 결합한 세계적인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를 사사했다는 건 김중업 건축이 차지하는 위치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APAP’의 일환으로 태동된 김중업건축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그의 대표적 건축물을 축소제작한 모형과 설계도면, 자필메모, 스케치, 일기, 그의 생전 영상 등 100여 점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1층에 들어서면 전시실 바닥에 그려진 서산부인과 평면도(1965년 설계)가 관람객을 맞는다. 건축 모티브로 삼았던 ‘증식하는 원’ 구성방식의 대표작으로 생명의 숭고함을 생생하게 보여준 수작이다. 2층으로 이어지는 전시실에는 주한 프랑스대사관(1960), 서강대 본관(1958) 등 김중업의 주요작들을 연대기별로 소개한 건축물 모형들을 만날 수 있다.

김중업박물관에서 나오면 특별전시관, 교육관, 안양박물관과 만나는 중앙광장의 ‘사라져가는 문자들의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14년 ‘APAP’에 참가한 배영환 작가는 공장의 일부였던 돌기둥 24개를 소재로 수메르 설형문자, 마야문자 등 이미 사용하지 않거나 훈민정음 처럼 현재 거의 쓰이지 않고 사라진 문자들을 새겨 넣었다.

본격적인 안양예술공원 투어의 시작점은 삼성천 입구에 자리한 안양파빌리온이다. 삼성산과 관악산 사이로 흐르는 계곡을 중심으로 약 2km에 꾸며진 안양예술공원은 관악산 둘레길로 이어지는 산책로 주변에 78점의 공공예술작품이 늘어서 있다. 안양시 전체 140점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 있는 셈이다.

지난 2006년 포르투칼 출신의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안양파빌리온은 전시관으로 사용되다가 지난 2013년 부터 공공예술전문도서관으로 바뀌었다. 파빌리온 입구에 다다르면 ‘스탬프 투어’라고 적힌 노란색 안내판이 눈에 띈다. 그 옆에는 투어 코스와 버스 시간표, 택시 승차 안내 등이 적힌 영문 간판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는 외국관광객들을 위한 배려에서다. 지난해 안양예술공원이 태국의 유명 락밴드 뮤직비디오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태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 관광객들이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안양예술공원이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은 자연과 예술이 주는 ‘힐링’이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우거진 숲 속 산책로를 따라 가다 불쑥 마주하는 작품들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마치 어린 시절의 ‘보물찾기’처럼 새로운 작품들을 만날 때 마다 평소 접하기 힘든 감흥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외국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모여 있지만 안양이라는 지역적 특색과 의미를 담아낸 작품들이 많다는 게 이곳의 강점이다. 안양종합운동장의 잔디 일부를 그대로 가져와 만든 일본 도쿄 피크닉 클럽의 ‘잔디 휴가중’, 1977년 안양에서 발생한 홍수사고로 희생된 사상자들을 기리기 위해 당시 산에서 굴러 떨어진 바위 위에 설치한 ‘물고기의 눈물이 호수로 떨어지다’, 삼성산의 등고선에 맞춰 지은 네덜란드 건축가 그룹 MVRDV의 ‘전망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안양예술공원을 찾은 국내외 방문객은 60여 만명. 이에 고무된 안양시는 최근 안양예술공원을 관광명소로 활성화 하기 위해 발전계획용역을 추진중이며 국내외 여행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홍보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APAP와 안양예술공원을 운영하고 있는 안양문화예술재단은 3월~11월까지 매주 화~일요일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한낮투어’(1시간30분 소요)를,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달빛투어’(1시간20분)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작품 ‘잔디는 휴가중’에서 봄소풍패키지 , ‘장소성, 비장소성’작품에선 ‘가을명상 패키지’를 운영하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1시에는 영어해설투어도 운영한다.

/안양=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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