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변호사] 공판 기록 열람·등사권에 관한 소고
2019년 06월 17일(월) 04:50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다양한 사람이 함께 살아가다 보니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미담으로 회자되면서 귀를 정화시킬 수 있는 사건도 있고, 반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온갖 범죄도 많다. 사회 시스템상 그런 범죄들을 완전히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SF 영화에서처럼 사람 몸속에 칩 등을 심어 놓고 도시 전역에 CCTV를 설치해서 모든 생활을 감시한다면 범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범인을 100% 잡아낼 수 있겠지만, 그런 사생활 및 자유가 없는 삶은 전혀 행복하지 않기에, 또는 기술 수준 등이 아직 거기에까지 미치지 못해 영화 속에만 남아 있는 장면일 수 있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범죄 발생을 완벽히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범죄가 발생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게 된다. 가해자는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거나, 또는 그 죄질을 변화시켜 형량을 줄여보려고 노력하는 반면 범죄의 피해자로서는 가해자가 죄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을 받기를, 그리고 피해를 회복 받기를 바란다.

이러한 두 당사자의 대립된 구도 하에서, 우리나라의 형사 소송 절차는 지금까지 주로 가해자, 바꿔 말하면 피고인쪽에 중점을 두고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 이유는 피해자에 비해 가해자인 범죄자를 더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혹시 죄가 없는 사람이 죄인으로 억울하게 처벌받거나 자신이 저지른 범죄 이상으로 처벌받는 것을 막고, 나아가 설령 범죄자라 하더라도 그 사람의 인권 등 기본적인 권리는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범죄자의 권리에 집중하다 보니 실제로 피해자의 권리가 다소 가볍게 다루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그래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범죄의 피해자에게 여러 가지 권리가 법률에 보장되기에 이르렀다.

그 보 장내용으로 우선 피해자는 형사 절차의 진행 상황에 대해 통지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검사로부터 사건의 공소 제기 여부, 공판의 일시 장소, 재판 결과, 피의자, 피고인의 구속 석방 등 구금에 관한 사실을 알려줄 것을 요구할 수 있고, 검사는 이를 신속하게 통지할 의무가 있다.(형사 소송법 제 259조의 2, 범죄 피해자 보호법 제8조 및 동법 시행령 제10조 참조)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에도, 제기 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통지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형사 소송법 제258조)

그 다음으로 오늘 생각해보고자 하는 공판 기록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권리도 있다. 피해자에게는 피고인의 소송 기록을 열람하고, 등사할 수 있는 권리가 법률에 의해 일정 부분 보장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형사 소송법이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재판장의 허가에 따라 공판 기록을 열람, 등사할 수 있도록 정(형사 소송법 제294조의 4)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재판장이 제한적으로 공판 기록을 열람하도록 하여 실질적으로 공판 기록의 열람 등사권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모든 경우가 다 그러한 것은 아니겠지만, 현실에서 일반적으로 피해자가 공판기록 열람 등사 신청을 하면 피해자의 진술과 관련된 서류(예를 들어 고소장, 피해자의 진술 조서)만이 허가가 될 뿐 실제로 필요한 다른 서류들, 예컨대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 신문 조서, 피고인 변호인의 의견서, 수사 보고서 등은 열람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형사 소송법의 공판 기록 열람 등사권 규정을 사문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고소장이나 피해자의 진술 조서는 이미 피해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굳이 열람할 필요조차 없고, 실제로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 신문 조서, 피고인 변호인의 의견서, 수사 보고서 등이 필요한데, 정작 이러한 서류들은 불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죄 피해자의 권리보호 차원에서 적어도 공판 서류에 대해서는 거의 예외를 두지 않고 열람 등사를 허가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수사 단계에서는 수사상 비밀 유지 등의 사유가 있지만, 공판 단계에 이르러서는 피고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서류는 이미 수사가 종결된 상태이고, 그와 같은 서류는 실질적으로 재판에 관련된 모든 당사자에게 공개된 것이며, 나아가 그러한 서류의 열람·등사 없이는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실효성 있는 일(예를 들어 피고인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 그에 반하는 증거의 제출 등)을 전혀 할 수가 없어서다.

그러므로 제3자의 진술 조서와 같이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는 서류는 제외하더라도, 피해자의 권리가 한층 더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적어도 위와 같이 피고인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서류들에 대해서는 열람·등사가 전향적으로 허가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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