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한빛원전
2019년 05월 23일(목) 00:00
운전경력 20년차 발전팀장 제어봉 조작 말 바꾸기에 황당 해명까지
감시기구 관계자 “이정도로 위험해 질줄은 몰랐다는 해명 납득 안 돼”
일부 원자력전문가들이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1986년) 직전까지 갔다”고 평가한 ‘저출력 상태에서의 한빛원전 1호기 원자로 출력 급상승 사건’ 당시 원전 운전에 참여했던 작업자 등 한수원 관계자들이 증언을 번복하는 등 진상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 10일, 한빛 1호기 시험운전을 총괄했던 발전팀장(원자로조종사 감독 면허 보유자)은 사건 진상조사를 위해 달려온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측에 “원자로 출력 급상승을 부른 제어봉 조작을 (원자로조종사 면허가 없는) 정비직원이 내 지시 없이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당 직원은 “면허보유자인 발전팀장의 지시를 받고 제어봉을 인출했다”고 원안위에 밝혔다. 둘의 엇갈린 진술은 결국 원안위 소속 특별사법경찰관들의 수사를 불러왔다.

제어봉이 원자로 출력 통제와 비상상황 발생시 안전확보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장치인 만큼 제어봉 조작은 원자로조종사 면허가 있는 운전원이 담당하거나, 예외적으로 원자로조종사 감독 면허 보유자의 직접적 지배 범위에서 무면허자가 보조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수원 고위 관계자와 김종훈 국회의원(민중당)은 22일 “발전팀장이 ‘사실은 내가 당시 정비직원에게 제어봉 인출을 지시했다’며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고 공개했다.

출력 급상승을 부른 이유에 대해서도 말 바꾸기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 발생 3일 후인 13일 발전팀장 등 한수원 관계자는 “무자격 운전원이 제어봉을 과하게 인출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으나 지난 21일에는 “제어봉 인출(0→100스텝)에 앞서 출력 반응을 계산을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으나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으며, 출력변화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기존 발언을 번복했다.

이와 관련, 한빛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관계자는 “무자격 정비직원이 여러 다발의 제어봉 가운데 마지막 하나 남은 제어봉을 과하게 인출해서 출력 급상승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가, 이제와서는 ‘제어봉 인출 전 사전 출력 평가가 틀렸다. 계산 착오다’는 취지로 설명이 바뀌고 있다”며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해당 발전팀장이 운전 경력이 20년차 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어봉을 이정도 인출했다고 출력이 급상승하고 이정도로 위험해 질줄은 몰랐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대학에서 원자력공학과만 졸업한 사람이라면 특별한 계산없이도 누구나 위험해질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한데, 답답하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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