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화합만이 살길이다
[최재호 편집부국장·경제부장]
2019년 05월 22일(수) 00:00
“현 경제 상황을 엄중히 볼 필요가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한국 경제에 대한 현실 진단이다. 국내 학계를 비롯해 금융·연구기관·기업에서 손꼽히는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 초반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역 경제도 마찬가지다. 광주·전남 기업들의 수출 실적은 9년 전으로 후퇴했다. 특히 수출 주력 품목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지역 경제의 중추인 기아자동차는 미국 자동차 관세 부과가 연장됐지만 면제된게 아니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불황은 타이어 업계 불황으로 이어진다. 경영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금호타이어로서는 참 죽을 맛이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1분기 역시 적자를 기록, 9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공장 가동률은 역대 최저치인 62%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중국 더블스타에 인수된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지 1년이 넘었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만 현재 내수 시장이 금호타이어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호타이어는 마제스티9 등 프리미엄 타이어의 지속적인 판매 호조와 신제품 출시 등으로 지난해 내수 타이어 RE(교체용) 시장에서 2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내수시장 점유율 신장과 소비자 신뢰 회복등을 통해 조심스럽게 2분기 흑자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 ‘화합’이 절실하다. 노사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정상화를 향해 뛰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금호타이어 노조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황용필(대표 지회장)·강석호(곡성 지회장) 후보를 새 집행부로 선출해 불안감을 안겨 주고 있다. 이들 집행부는 당장 사 측과 단체교섭에 나서야 하는데 이미 공약으로 ‘특별 합의서 전면 재검토’ ‘광주공장 이전 반대’ 등을 내건 만큼 앞으로 노사 관계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앞서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해 4월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사 특별 합의’를 통해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되면서 “2017년부터 3년간 임금을 동결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생산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사실상 임금 동결과 무파업 선언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 노사가 잠정 합의한 단체교섭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노사관계는 꼬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노조가 단체교섭을 진행하던 중 자신들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갑자기 교섭을 중단하고 조기 선거를 치르게 된 것이다. 새 집행부는 공약으로 특별합의서 전면 재검토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단체교섭, 통상임금 산정, 인력 재배치 등 경영 정상화와 관련된 문제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쌍용차에서는 지난 2009년 경영 악화로 인한 대규모 칼바람에 맞서 노동조합이 옥쇄 파업에 돌입, 국내 자동차 노사분규의 한 획을 그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쌍용차 노사는 9년째 무분규를 이어 오며 ‘연례 행사’로 파업하는 다른 차 업계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사가 벼랑 끝 대치의 경험을 통해 ‘화합’만이 살길이라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한때 공장 가동률 14%까지 추락했던 쌍용차는 지난 3월에 내수 판매 월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노사 화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 현재 노사 간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르노삼성은 추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영진과 직원이 함께 위기를 ‘인식’하고 회피 대신 ‘혁신’을 단행한 가운데 노사 협력이 있었던 기업은 성공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몰락한다는 것은 GM, 도요타, 쌍용차 등 국내외 기업들의 위기 상황에서 여실히 알 수 있다.

광주 지역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곳이다. 4년 연속 투자 금액이 줄면서 전국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데 올해 1분기에는 단 1달러도 유치하지 못했다. 지역 경제계는 노사관계 불확실성과 함께 기술력과 연구 인력 부족 등을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강성 노조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외국인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 유치조차 요원할 것이라는 게 지역 경제계의 한목소리다.

노사가 손을 맞잡으면 공생의 길을 열 수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뭉치지 않으면 죽는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했다. 금호타이어의 전진과 경영 정상화는 오로지 노사 화합에 달려 있다. ‘올 오아 나씽’(All or Nothing)의 이판사판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율하고 생산적인 결론에 도달하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쌍용차 노사가 10년 걸려 깨달은 ‘화합’의 교훈을 금호타이어는 지금 되새겨야 할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냉엄한 경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사가 함께 가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 /li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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