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핵 폭발 직전까지 갔다
2019년 05월 22일(수) 00:00
무자격자, 하나 남은 제어봉 뽑아 노심출력 17.2% 치솟아
발전팀장, 황급히 “제어봉 삽입하라” 소리쳐 … 관리 허술
일부 원자력전문가들이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직전까지 갔다”고 평가한 ‘저출력 상태에서의 한빛원전 1호기 원자로 출력 급상승 사건’ 당시 제어봉을 조작(운전)한 직원은 원자로조종사 면허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제어봉 조작을 감독해야 할 발전팀장(원자로조종사 감독면허 보유자) 또한 해당 직원의 행동을 지배할 수 없는 범위에 있었다는 사실이 21일 드러났다.

여러 다발로 구성된 제어봉은 원자로 내에 삽입·인출돼 핵분열을 통제하고 출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원자로에서 긴급 상황 발생시 제어봉은 노심에 내려꽂아져(삽입돼) 원자로를 정지시키게 된다. 제어봉이 원전 가동과 비상시 안전 확보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장치인 만큼 제어봉 조작은 원자로조종사 면허가 있는 운전원이 담당하거나, 예외적으로 원자로조종사 감독 면허 보유자의 직접적 지배 범위에서 무면허자가 보조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지난 10일 오전 10시30분 한빛 1호기 운전실에서 진행된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과정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모조리 무시돼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직전에 이를 정도로’ 원자로가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한빛 1호기 운전실에서 제어봉 조작은 원자로조종사 면허가 없는 정비팀(제어계측팀) 직원이 담당했고, 감독자 면허가 있는 발전팀장은 정비팀 직원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지근거리에 없었다고 당시 한빛원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복수의 제어봉 다발이 B다발 단 한 개를 제외하고 모두 인출된 상태였는데, 무자격 직원이 하나 남은(원자로에 삽입된) 그 제어봉까지 인출해버렸다. 이로 인해 단 1분도 안돼 노외중성자속 출력이 직전 4.8%에서 17.2%까지 치솟았다”며 “당시 현장에서 발전팀장이 무자격 직원쪽으로 뛰어가며 ‘B제어봉을 삽입하라’고 소리쳤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로조종사 면허가 없는 직원은 감독자 지시를 받고 제어봉을 ‘올리거나 내리는’ 단순 오퍼레이터 역할 밖에 할 수 없다. 과하게 제어봉을 인출하면 원자로 출력이 급상승하게 되는데, 무자격 직원은 원전 전체의 안전과 위험성을 판단하고 조치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원안위 관계자 역시 “무자격 직원 A씨는 감독자 지시를 받고 제어봉을 조작했다고 진술하고, 감독자는 ‘내 지시 없이 A씨가 하나 남은 제어봉을 인출시켜버려 결과적으로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최근까지 진술했다”며 “수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수원은 이날 오전 한빛 1호기에서 일어난 저출력 상태에서의 원자로 출력 급상승 사건에 대해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직전까지 갔다’고 평가한 것을 두고 “과한 주장이다. 한빛 1호기는 제어봉 인출이 계속됐다고해도 원자로 출력 25%에서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설계됐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병섭 박사(원자력공학)는 “어제 오늘 수차 언급한 대로 ‘한수원이 실수로 (핵)폭탄을 만들기 직전까지 갔다가 운이 좋게 정지시켰다는 평가가 정확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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