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완 원불교 농성교당 교무] “맑은 바람 달 떠오를 때…”
2019년 04월 26일(금) 00:00
4월 28일은 원불교가 교문을 연 날 입니다. 이날은 원불교 교도들의 최대 경축일이자 공동 생일입니다. 1891년 전남 영광에서 출생한 소태산 대종사는 대각을 하시고 그 심경을 시로써 읊으시기를 “청풍월상시(淸風月上時) 만상자연명(萬像自然明)”이라 하였다. 맑은 바람 달 떠오를 때 만상이 자연히 밝아 온다는 의미이다.

104년 전 26세의 청년 대종사는 기존의 수많은 종교가 있는데 왜 또 원불교의 교문을 열었을까? 현재 진행형의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500여 년 전 교황 레오 10세(Leo X)의 성(聖) 베드로 성당 건축비 충당을 위한 ‘완전 면죄부’ 남발에 대한 루터의 외침에서 찾을 수 있다.

“성경으로 돌아가자!”

‘기가 막히게 실력이 좋은 마술사가 호랑이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호랑이가 마술사를 잡아 먹어버렸다’라는 원효 스님의 이야기는 사람이 종교를 만들었는데 그 종교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유럽은 이미 탈종교 시대로 진입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각 종교의 성직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현대인들은 이제 전통적인 방식의 종교 생활을 선호하지 않는다. 예전처럼 특정 종교나 교리에 속박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미래로 갈수록 제도화된 종교가 힘을 잃을 것이다. 모든 종교가 교권 주의와 제도를 넘어서서 개인들의 영성에 초점을 맞추는 다원화된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이것이 현대가 요구하는 범세계적인 종교 개혁이다.

루터는 “하나님은 무한하지만 종교는 유한하다”고 했다. 진리는 무한하지만 종교는 유한하다는 뜻이다. 진리를 담기에 종교의 그릇은 종종 너무나 좁다. 종교적 패러다임이 경직된 도그마로 작동할 때는 더욱 그렇다.

길거리에서는 이웃 종교 신도나 이웃 종교 성직자를 향해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란 말들을 거리낌이 없이 외치고 있고, 일부 개신교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흔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죄가 없다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 현상이 그렇다.

청년 대종사의 깨달음은 ‘모든 사람이 부처이다’에서 출발한다. 원불교의 개교 정신은 ‘종교는 왜 존재하나?’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종교는 인간 영혼의 목마름을 채워 주어야 한다. 사람들의 가슴에서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물음에 답을 주어야 한다. 청명한 바람이 동쪽 하늘에서 불고 밝은 달이 떠오르면 자연히 세상은 밝아지는데 낡은 생각과 도그마로는 사람의 마음을 충족시켜 줄 수가 없다.

장 자크 루소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좋은 종교는 단순하고, 소박하고, 명료한 종교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예배는 마음의 예배다. 이 말은 루터가 말한 본질로 돌아가자는 메시지와도 통한다.

지금 세계의 흐름을 보면 초종교적 영성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종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생활 속에서 마음을 맑히고 주변 인연들 속에서 은혜가 넘치는 마음 공부가 미래의 패러다임이다.

간디는 “진리가 하느님이다(Truth is God)”라고 외쳤다. 간디는 힌두교를 믿었지만 성경을 많이 읽었다. 영국이 인도 통치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 당신들이 만든 예수는 가지고 가고 성경 속의 예수는 두고 가시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종교의 존재 이유는 명확하다. 참 인간이 되기 위해서이다. 종교는 이를 위한 수단이다. 이 목적을 위해서 우리는 끝없이 물음을 던져야 한다. 원불교를 비롯한 새로운 종교가 자꾸 생겨나야 한다. 제 2의 원불교, 제 3의 원불교가 생겨나야 한다. 태평양 같은 큰 샘에서는 하나의 생수 구멍으로는 안 된다. 억 만개의 생수 구멍이 있어야 한다.

하나의 촛불로는 힘이 약하다. 백만의 촛불, 이백만의 촛불이 되어야 혁명이 되는 것이다. 2세기를 여는 대각개교의 달에 내가 소태산 대종사가 되고 내가 부처가 되고 내가 예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청풍월상시 만상자연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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