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띄우는 그림편지] <18>몽골-김해성
몽골의 바다같은 호수 홉스 골에 서니 물아일체
2019년 03월 21일(목) 00:00
밤사이 조금씩 흩날리던 비는 아침 일찍 그친 듯하다. 한기를 느끼며 일어나 눈을 비비니 열린 게르(Ger)의 문틈으로 어렴풋이 기다란 머리를 어깨 옆으로 풀어 내린 아가씨가 물을 길어 머리에 이는 모습이 보인다. 난로 당번 꼬마 녀석이 꺼져가는 화목 난로에 장작 몇 개를 넣어 두고는 문을 채 닫지 않고 나간 것 같다. 문을 닫고 좀 더 잘까 하다가 문 밖으로 고갤 내미니 상큼한 공기가 눈과 머리를 맑게 하면서 몸 속 가득 채워진다.

호수보다 바다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는 홉스 골 풍경은 어디를 찍어도 ‘작품’이 된다.
마침 젖은 호숫가 마을의 고요한 침묵을 깨는 개 짖는 소리가 쿨럭 거리는 노인네의 기침소리처럼 들리면서 마을 뒷산으로 한 무리의 새들이 후드드득 하늘 속으로 날아오른다.

젖은 잎 새 위로 촉촉한 새벽 안개가 몸을 부비는 아침, 어제 내린 비로 군데군데 만들어진 파란 하늘 웅덩이엔 하얀 구름이 유유자적 한가롭다.

곧고 길게 뻗은 길 저편에서 몇 마리 말들이 천천히 걸어오는 뒤로 비에 흠뻑 젖어 싱싱한 소나무 숲이 모락모락 안개를 토해내고 있다.

호수 주변에는 2000m가 넘는 12개의 산이 있고 울창한 소나무 숲과 풍성한 목초지에서 야크와 말이 풀을 뜯는다.

고요한 호수와 흰 구름을 배경으로 유유히 풀을 뜯는 야크와 양떼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도 한 폭의 자연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호수라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는 홉스 골은 바다와 다름없다.

왠지 호수보다 바다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는 홉스 골, 맑고 투명한 호수의 물은 유유히 흘러가는 하늘의 구름도 나지막한 언덕의 이름 모를 꽃들이며 지저귀며 날아오르는 새들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다.

어디를 찍어도 ‘작품’이 되는 풍경들.

호숫가의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도 그러하지만 아침이면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너무도 상큼하다. 그냥 서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가만 눈을 감으면 내가 자연인지 자연이 나인지 분간을 못할 지경이 된다. 물위를 스쳐 나는 물새소리와, 찰랑찰랑 촤르르 호숫가의 작은 돌멩이들과 부딪치며 장난을 치는 것 같은 물결 소리는 달콤하게 귀를 간질이고 꿀 향기와도 같이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한 공간 속에 서 있다가 눈을 떠보니 맑은 물속의 형형색색 크고 작은 돌멩이들도 뭍에 올라서 햇볕에 몸을 말린다..

인과의 법칙에 살아가는 우리들 앞에 자연은 늘 그 자리에 있다.

구불구불 정감 넘치던 길, 넘실넘실 천천히 흐르는 시냇물, 뭉게뭉게 흐르는 구름, 그리고 세상 가득 쏟아져 내리던 별.



- 조선대학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 개인전 20회

- 퀼른아트페어, All About Korea(White Box, Munich, Germany)등 단체전 500여회

- 조선대 평생교육원 전담교수, 한국미술협회이사, 선과 색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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