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그림 생각’ <260> 잠
’잠은 치유·충전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
2019년 03월 21일(목) 00:00

살바도르 달리 작 ‘잠’

한국은 대표적인 ‘잠 부족 국가’로 꼽힌다. OECD통계에서 한국인의 수면 시간이 꼴찌라고 하고 심지어 청소년의 수면 시간도 최하위라고 한다. 잠을 미루거나 잠 못 이루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불면의 사연은 성공 스트레스, 취업, 인간관계, 사회적 불만, 학업, 사교육, 스마트 폰 사용 등 저마다 다르겠지만 잠을 줄일 정도로 현대인의 삶이 분주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인간의 삶에서 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서도 잠은 작품의 주제로 빈번하게 다루어졌다. 특히 미술에서는 신화, 꿈, 일상 생활 등에서 잠을 표현한 작품들이 의외로 많다.

‘잠에 취한 미술사’의 저자 백종옥 미술생태연구소 소장은 “잠은 휴식과 이완이며 치유와 충전의 행위다. 더불어 잠은 꿈을 통해 깊고 광대한 무의식에 접속하는 기회를 만들어주며, 문제를 해결하고 창조의 영감을 얻는 과정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잠의 역할은 예술의 역할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잠과 예술은 비슷하다”고 강조한다. 잠은 그야말로 만고불변하는 보약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셈이다.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잠’(1937년 작)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커다란 두상이 공중에 떠있는 채로 잠들어 있어 이를 보는 사람들에게 무의식의 세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늘어진 두상을 떠받치고 있는 버팀목들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아슬아슬하다. 잠들지 못한 불면의 시간을 고통스럽게 묘사한 듯 감겨지지 않은 눈꺼풀을 억지로 실로 꿰어 아예 버팀목으로 매어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잠이 부족한 현대인들이라면 달리의 그림 속 잠을 청하는 모습을 보고 일상생활에서 잠의 힘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것 같다.

<미술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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