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신발 끈 고쳐 매야
임동욱 서울취재본부장
2018년 11월 21일(수) 00:00
문재인 정부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 데다, 경제 지표 악화에 따른 불안 심리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세간에서는 당장 내년 상반기가 고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구조적으로 민생 경제가 갑자기 좋아질 수 없는 데다 북한 비핵화 문제도 쉽게 풀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7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여론 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2~16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 표본오차±2%p, 응답률 7.5%)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3.7%가 문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39.4%로 40%대에 육박했다.

여기에 세대별·지역별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평가받던 20대와 호남 민심도 크게 흔들리는 양상이다. 올해 초만 해도 80%대를 넘었던 20대의 지지율은 54.2%까지 곤두박질쳤다. 또 집권 초반 90%대를 넘는 가공할 지지율을 보였던 호남도 75%로 떨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민생과 경제 곳곳에서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2기 경제 팀으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수현 정책수석 카드를 제시했지만 시장에 주는 시그널은 그리 강하지 않다는 평이다. 새로운 경제 팀이 소득 주도 성장의 정책 기조 변화 등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경제 전망 조사(11월 6~8일)에서도 향후 1년 경기 전망에 대해 16%가 ‘좋아질 것’, 53%는 ‘나빠질 것’, 27%는 ‘비슷할 것’으로 응답했다. 실업자가 향후 1년간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56%로 ‘감소 예상’(15%)보다 크게 앞섰다.(보다 자세한 여론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실제로 민생의 현실은 심각하다. 올해 16.4% 인상된 최저 임금은 내년에 10.6%가 더 오르면서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자영업자에 직격탄이 되는 것은 물론 물가 인상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한 경기의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또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의 가계 부채 부담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좋은 일자리는 말 그대로 ‘바늘구멍’을 예고하고 있고 집값 등 서민의 주거 환경도 좋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촛불을 들고 문재인 정부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서민들의 삶이 이제 지탱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과 중소기업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8%로 외환 위기 당시인 1998년(66.8%)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국가 산업단지 내의 중소기업 가동률과 생산성도 크게 떨어지면서 지방 경제마저 황폐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대적 요구인 적폐 청산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등과 함께 1년 6개월 동안 진행되면서 점차 국민적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역사적 과제인 ‘한반도 평화’의 화두도 남북 정상회담 등이 몇 차례 이뤄지면서 민심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는 평가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 성과 없이는 강력한 국민적 지지 동력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촛불 민심이 요구한 ‘적폐 청산’을 통한 ‘나라다운 나라’라는 혁명적 과제와 한반도 평화라는 민족의 명운이 걸린 절호의 기회가 경제 현실에 발목이 잡혀 동력을 잃어 가는 형국이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라는 말이 실감 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법이 있다면 ‘조금 늦더라도 함께 가는’ 것이다. 협치를 통해 꼬인 정국을 풀어 가야 한다. 개혁의 조급증과 ‘우리만 옳다’라는 순혈주의적 편협성을 버려야 한다. 개각을 앞두고 진영을 떠나 널리 사람을 구하는 한편 민생의 바다로 뛰어들어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통합성을 강화하고 경제적 파이를 키우는 능력이 요구된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야 수구·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조급해 하지 말고, 풀어진 신발 끈을 바르게 조여 매야 한다. 2년 전 혹독한 겨울바람 속에서 촛불 혁명을 이뤄 낸 우리 국민이다. 늘 그랬지만 그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민은 준비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심기일전을 기대한다.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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