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 DREAM 프로젝트] 제1부 저출산의 덫〈11〉 돌봄 공백·경력 공백
2018년 04월 17일(화) 00:00
광주시 광산구 수완지구에 사는 김모(여·40)씨는 초등 3학년과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둔 직장맘이다. 김씨는 아이가 커갈수록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작은애보다 큰애가 문제란다. 유치원보다 빨리 파하는 초등학교 때문이다. 작은애는 김씨가 퇴근할 때까지 유치원 종일반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큰애는 대책이 없단다. 작년까지만해도 큰애가 초등돌봄교실에서 활동했는데, 올해부터는 그마저도 안 된다고 했다. 대안은 ‘학원 뺑뺑이’. 방과후수업∼학원∼학원. 김씨는 “오후에만 아이를 맡길 도우미를 구하려고도 했지만, 믿음이 가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고 비용도 부담됐다”며 “퇴근할 때까지 방과후수업과 학원을 뺑뺑이 돌리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몸은 지치고, 돈은 돈대로 들다보니 김씨는 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유치원보다 일찍 파하는 초등학교

국민건강보험공단 ‘경력단절 여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신학기(2∼3월)에 초등 1∼3학년 자녀를 둔 직장건강보험 여성 가입자 1만5841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대부분 김씨처럼 아이 돌봄 문제가 이유로 분석된다.

정부도 ‘돌봄 공백’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운영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33만명인 초등돌봄 서비스를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1조원을 들여 53만명으로 늘린다. 또 맞벌이 부부의 수요에 맞추도록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오후 5시에서 7시로 연장하고, 초등 1∼2학년 위주인 초등돌봄 체계도 전 학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핵가족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등으로 돌봄 수요는 증가하지만 공급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체 초등학생 267만명 가운데 공적돌봄 이용률은 12.5%(33만명)에 불과하다. 만 0∼5살 영유아들의 이용률이 68.3%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유아들은 10명 중 7명가량이 어린이집 등 공적영역에서 돌봄을 받지만, 초등학생은 10명 중 1명만이 돌봄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는 ‘돌봄 로또’라는 말이 나온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주로 신도시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발생한다.

돌봄교실 수용률은 광주 97%, 전남 99.8%다. 전남은 27명, 광주는 3월말 기준으로 100명가량이 수용 대기 중이다.

수용률이 매우 높아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최근 개발된 신도시처럼 돌봄 수요가 많은 곳은 돌봄교실이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밀학급이 많은 신도시나 아파트 밀집지역의 학교는 돌봄교실 수용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광주의 경우 광산구 수완지구, 남구 효천지구, 북구 첨단2지구 등이 대표적이다.

또 맞벌이 부부가 이용하기에는 운영시간이 맞지 않거나, 취약계층에 입소 순위가 밀려 이용을 포기하는 사례도 다반사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전용교실이 원칙이지만, 유휴교실이 없는 경우 어쩔 수 없이 겸용교실을 운영한다”며 “특히 수완지구 등 신도시는 증축까지 했지만 남는 교실이 없어 돌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원 전전않고 학교 울타리에…부모들 환영

학부모들은 돌봄 확대 방침을 환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박모(여·38)씨는 “맞벌이 부부에게 초등돌봄교실은 가장 좋은 정책 가운데 하나”라며 “아이가 학원을 전전하지 않고 안전한 학교 울타리 안에 머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교육부 조사 결과, 초등돌봄은 학부모 만족도가 96.7%에 달했다. 하지만 교실 등 인프라가 모자라 주로 맞벌이가정 자녀와 1∼2학년 아이들에게 집중됐다. 실제 김씨의 경우 큰애가 지난해까지 돌봄교실을 이용했으나 3학년이 되면서 제외됐다.

정부가 초등 전 학년으로 돌봄을 확대하는 등 학부모 수요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내놓자 초등 자녀를 둔 부모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초등 한 학부모는 “돌봄교실을 확대 시행해 워킹맘의 경력단절이 해소되고 사교육 부담이 덜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돌봄전담사 1명당 학생 20명…사실상 아이들 방치

다만, 일각에서는 정책 시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장애물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물리적 공간인 교실을 확보하는 것이 큰 문제다. 초등학교 교실을 돌봄보다는 ‘교육’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의 경우 돌봄교실 286실 가운데 전용교실이 239실, 겸용교실이 47실이다. 겸용교실은 주로 신도시 학교다.

겸용교실은 부작용이 따른다. 전남의 한 초등교사는 “내 반이 초등돌봄과 겸용교실로 지정된 탓에 수업이 끝나면 교실을 비워줘야 해 학부모 상담이나 행정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며 “초등돌봄교실 확대로 초등교육이 지장을 받거나 질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할 전담사를 확보하는 것도 문제다.

돌봄전담사는 교원자격증이나 보육교사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로 돌봄교실 1실당 1명이 배치된다. 담당해야 할 학생은 보통 1실당 20명. 이렇다보니 아이들에게 자습을 시키거나 지켜보는 수준이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아이들을 돌보는 업무 외에 각종 행정업무까지 맡는 경우가 많아 돌봄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예산 확보도 난제다. 예산은 5년간 모두 1조105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예산을 부담할 주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늘리는데는 5985억원이 필요한데 시설비 1050억원은 전액 국고로 지원하지만 운영비와 인건비 4935억원은 각 시·도 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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