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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경 호남대 초빙교수] 문재인 정부와 평화올림픽

2017. 08.15. 00:00:00

오늘로부터 정확히 178일 후면 평창에서 올림픽이 개막한다. 120년이 넘는 근대 올림픽 역사에서 ‘평화 올림픽’이 강조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지구촌의 화합과 평화는 올림픽의 핵심 주제다.
최순실 사태로 상처가 큰 평창 올림픽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2015광주유니버시아드에서 그토록 실현하고자 했던 남북단일팀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광주유니버시아드에서 남북단일팀을 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했던 UNOSDP(유엔스포츠평화개발사무국) 전 국장도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에 남북단일팀구성을 제안한 것을 듣고는 세상 많이 변했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광주유니버시아드 상황과 180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광주유니버시아드조직위가 설립된 2010년 박근혜 정부에서 3월 천안함 피격사건,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등 국지적 도발이 잇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단일팀을 실현하겠다고 백방으로 뛰면서 UN까지 찾아갔던 생각이 난다.
시간을 거슬러 2009년, 남북단일팀을 성사시켜 세계평화에 길이 남을 유산을 남기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광주유니버시아드의 남북단일팀 프로젝트. 지금 안보상황이 7년 전보다 나아진 것도 없다. 그런데 그때는 남북단일팀이 이뤄질 듯 이뤄지지 않는 신기루였다. 광주는 대회를 개막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북한의 참가를 기다리면서 개막식 장에 그들을 위한 자리를 남겨놓았다. 가장 아쉬움이 큰 프로젝트였다. 지금은 대통령이 나서서 단일팀 구성을 제안하는 등 스포츠 교류의 문이 활짝 열렸다. 북한이 미국령 괌을 지목해 도발을 경고하고 미국도 선제타격을 위협하는 등 안보위기 상황에서 올림픽 단일팀을 논하는 것이 한가해 보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갈등 상황이기 더욱 평화대회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평화의 달성과 유지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그중 이마누엘 칸트의 영구 평화론이 가장 주목받는다. 칸트가 말하는 평화의 의미는 갈등이 없는 상태다. 어떻게 보면 영구 평화론은 인류가 추구하는 유토피아적 세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인류는 늘 갈등과 분열, 전쟁과 분단, 차별의 역사였다. 그러다 보니 평화의 가치가 더욱 중하다.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계속되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88서울올림픽 개최 이전에 열린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올림픽은 세계적인 전쟁과 갈등으로 반쪽짜리 올림픽이었다.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서방 60여개국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졌고, 84년 LA 올림픽 역시 소련과 동유럽 18개국이 불참했다. 때문에 88년 서울올림픽은 정치적 대결로 중대한 위기에 처한 올림픽이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면 세계평화 정착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후 한국에서 개최된 국제스포츠대회에 ‘평화’와 ‘화합’의 가치가 중심이 되지 않은 대회가 없다. 스포츠를 통한 세계평화와 화합은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실현방향과 방법에 대해서는 현실적이고도 전략적인 고민을 해야만 한다.
한 번의 이벤트 또는 상징적인 일로 끝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실질적인 이득이 있어야한다. 왜 남북단일팀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분명한 명분과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한다.
단일팀을 실행에 옮기는 데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올림픽만을 보고 인생을 걸고 달려온 선수들의 대회 출전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도 코앞까지 갔던 남북단일팀이 결국 성사되지 못했던 배경에는 선수들의 이해관계가 컸다고 알려져 있다. 둘째 단일팀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동시 입장과 달리 선수 간의 호흡을 맞춰야하는 공동훈련 과정이 필요하다. 공동훈련의 방법과 시기 조율도 현실적 문제다. 셋째 올림픽은 국가 대항전으로 치러져서 우승국의 깃발이 게양되고 국가가 울려 퍼진다. 시상식에 게양할 깃발, 울려 퍼질 국가를 무엇으로 정할 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국기와 국가는 국가 정체성의 문제라는 점에서 헌법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스포츠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연맹의 규정에 대한 사전 검토와 협의가 필요하다.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지혜로운 해결책을 예비하고 창구를 열어 놓아야한다. 평화대회는 정치적 산물이다. 그렇다고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진정성이 결여된 말찬지나 언사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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