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시간속을 걷다]<1>전라도 구석구석 근사한 시간 여행 떠나요
100년의 역사 해남 유선여관
6·25때 북 공격 피한 나주 노안성당
화가 김환기 생가 신안 읍동마을
80년 된 빵집 순천 화월당
주조장·염전·진도 경양식…
2017년 01월 12일(목) 00:00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 문학거리에 자리한 ‘보성여관’의 찻집.

며칠 전 담양 관방제림 옆에 자리한 ‘담양담빛창고’에 다녀왔다. 지난 2015년 가을 문을 연 이곳은 옛 양곡 창고를 리모델링한 곳이다. ‘창고’라는 공간을 절묘하게 활용한 공간은 높은 층고를 그대로 살려 갤러리와 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1960∼1970년대 즈음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남송창고’는 정부 양곡을 보관하던 공간이었지만 국가 수매제도가 변하면서 활용도가 떨어져 10년간 방치돼 왔었다.

파란 지붕을 이고 있는 붉은 벽돌 건물에 한자로 새겨진 ‘南松倉庫’ 글씨가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라질 뻔한 공간이, 예술의 옷을 입고 다시 우리에게 다가왔다.

보성은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뗄 수 없는 고장이다. 벌교읍 태백산맥 문학거리에서 만난 ‘보성여관’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담은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남도여관’의 모델이 된 곳이다.

1935년 문을 연 ‘보성여관’은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도 여행객들이 지친 몸을 쉬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입구에 자리한 찻집에 들어서면 1930년대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이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웠을 것같은 생각이 든다.

지난 2년간 진행한 ‘광주, 시간 속을 걷다’를 통해 많은 공간을 만났다. 광주를 거닐다 보니 자연스레 전남 지역에는 어떤 공간들이 있고,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 궁금해졌다.

‘광주, 시간 속을 걷다’의 ‘시즌 ∥’ 성격으로 계속되는 ‘남도, 시간 속을 걷다’는 광주를 제외한 전남 지역 이곳 저곳을 찾아 이야기를 캐낼 생각이다. 기회가 닿으면 전북 지역까지도 아우를 수 있을 듯하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해남 해창 주조장에서는 서민들의 오랜 벗인 술 만드는 과정을 들을 것이며 1953년 조성된 신안 증도 태평염전에서는 단일 염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염전의 오랜 역사를 더듬어 본다.

등록문화재 제44호인 나주 노안성당도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나주시 노안면 이슬촌길 노안성당은 90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지에 실렸던 사연이 인상적이다. 6·25 전쟁 당시 북한 군인들이 성당에 불을 지르려 했지만 언덕 위로 보이는 성당이 붉게 타오르는 것처럼 보여 그냥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노안성당과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인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슬촌 산타마을 크리스마스 축제’는 또 다른 볼거리다.

100년 역사를 담고 있는 해남 유선여관 이야기도 흥미롭다. 당초 대흥사를 찾는 신도나 수도승들의 객사로 쓰이다 40년전부터 여관으로 운영되는 유선여관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또 국악인들이 산공부를 하거나 소리판을 벌였던 공간이자 ‘천년학’, ‘장군의 아들’ 등 영화에도 많이 등장한 곳이다.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의 흔적을 찾는 여정도 이어진다. 해방 직후부터 운영되던 ‘목포 악기사’는 이난영과 밀접한 인연을 갖고 있는 공간이다. 1969년 악기점 주인인 고(故) 박오주씨가 사재를 털어 유달산에 우리나라 최초의 노래비 ‘목포의 눈물’을 세웠고 이난영 탄생 100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대규모 사진 전시회와 음악회가 여는 등 지속적으로 이난영 추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화가 ‘김환기’의 흔적이 담긴 신안 읍동 마을도 찾아가본다. 최근 그림 경매에서 국내 최고가를 계속 경신하고 있는 김 작가의 생가와 마을 구석구석을 거닐며 그의 향취에 취해본다.

각 지역의 오래된 맛집도 둘러볼 예정이다. ‘빵집 순례’에 나서는 이들이 많은 요즘이다.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광주 궁전제과처럼 각 지역에는 대표 빵집이 있다. 순천에선 8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빵집 ‘화월당’이 눈에 띈다. 3대가 이어오고 있는 화월당에 들러 빵굽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진도 군민들이면 누구나 추억 하나쯤 갖고 있는 ‘그냥 경양식’의 돈까스와 비후까스의 맛은 또 어떨지 군침이 돈다.

지난 2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시간의 보물창고’를 열어본다. 예전과는 비교 할 수 없는 넓은 지역을 발로 더듬을 이번 시리즈에서 만나는 곳들은 취재진부터도 처음 접하는 곳들이라 기대가 된다.

앞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조금은 먼 나들이가 될 수도 있는 터라 주변의 또 다른 공간들까지 함께 둘러보면 근사한 ‘하루 여행’이 되지 않을까.

이제 남도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김미은기자 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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